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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대한 제 감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by Ding 맬번니언

목요일은 아빠의 생신이라, 서울에 사는 누나가 고향집을 다녀갔습니다. 조카들은 할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손수 편지를 작성했다고 하니, 조카들에게는 아빠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다정한 할아버지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카들은 아빠랑 한 집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죠. 조카들이 아빠를 향해 정성껏 쓴 편지를 생각하며, 그들이 느끼는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도 아빠의 생신을 맞아 용돈을 보내드렸습니다. 현재 아빠는 요양 병원에 계시고, 저는 매달 병원비를 지원하며 아빠의 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계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1억 원 정도는 아빠의 병원비를 위해 저축할 계획인데, 이런 계획을 세워두니 엄마도 안심하고 좋아하십니다. 엄마는 아빠 병원비 때문이라도 자식들에게 못하는 짓이라고 아빠가 돌아가시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최소한 100세 까지는 아빠를 책임질 생각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좋은 사이는 아닙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 많은 갈등과 다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저희들에게 보여줍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해야 할 일을 잊지 않는 자세는 존경할 만한 것이죠.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지만, 저에게 아빠는 조금 다른 존재입니다. 존경보다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는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지금 호주에서 살아가며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아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저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면, 가족 간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입니다. 아빠에 대한 감정이 단순하지 않더라도, 그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려 합니다. 이는 단지 아빠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길을 가기 위함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아빠를 존경하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비를 지원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엄마의 말처럼 나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자세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저는 아빠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책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가족이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서로를 지지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 복잡한 감정들을 받아들이며, 저는 아빠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노력합니다.


그리고 아빠와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행복이와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고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행복이와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아빠와의 복잡한 감정을 통해, 제가 행복이와의 관계를 더 진실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빠에 대한 제 감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존경과 사랑보다는 거리감과 미묘한 감정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죠. 그러나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고자 합니다. 아빠와의 관계가 행복이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가 먼저 바뀌고 성숙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아빠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반면교사 삼아, 행복이와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개선하려고 합니다. 아빠와의 관계가 어렵고 힘들었던 만큼, 저는 행복이와의 관계를 더 사랑과 이해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아빠에 대한 제 감정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을 통해 제가 더 나은 부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행복이와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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