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꾸고 깜짝 놀라서 일어나는 건 정말 오랜만의 경험이네요. 특히 직업과 관련된 악몽이라니, 마음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과장되게 길어서 밑이 보이지 않는 트램을 운전하면서 느꼈던 그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악몽을 꾸게 된 데는 최근 직장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이번 주는 제 스케줄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 어수선했어요. 출근하면 회사에서 바로 그날그날의 업무를 배정받고, 예기치 않게 여러 노선을 운행하는 일이 많았죠. 특히, 6번 노선을 운행할 때, 노선이 공사 중이라 아트 센터에서 몇 개의 트램이 다시 돌아가야 했고, 그로 인해 제가 운행하는 트램에 많은 승객이 타게 되었어요. 시내 안쪽으로 더 들어가는 구간이라 더 많은 승객이 몰리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날, 트램을 운행하고 있는 동안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한 남자가 제 트램 앞에서 트램트랙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 남자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으로, 난민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제 트램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웠습니다. 반대편에서 다른 트램 기사들이 저에게 회사에 연락하라는 제스처를 보냈고, 저도 혹시 몰라서 전화를 걸었지만, 회사에서는 그 남자를 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저는 그 남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웃으면서 저를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무섭고, 동시에 미웠습니다. 그 사람의 눈빛과 미소가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저는 점점 더 긴장하며 트램을 운전했습니다. 결국, 다음 정거장까지 그 남자를 따라갔는데, 그가 트램을 막아섰고, 제 트램 안으로 타는 순간, 저를 덮치는 듯한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의 공포가 꿈속에서도 강하게 다가왔고, 결국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습니다. 현실에서 겪었던 그 긴장감과 불안감이 꿈속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니,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제 내면 깊숙이 쌓여 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직장과 관련된 악몽을 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어제 통장에 들어온 이자를 보고 더 열심히 일해야지 결심했지만, 오늘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네요. 일상에서의 작은 순간들과 그로 인해 느꼈던 감정들이 이렇게 꿈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랫동안 난민들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난민들은 전쟁, 박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 했고, 새로운 나라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험은 제 생각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제 트램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던 난민 같은 사람이 저에게 큰 불편함을 주었고, 그로 인해 저는 그의 행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쩌면 그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저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제 마음속의 호의적인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18년을 살아온 저로서는,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규칙과 문화를 존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겪은 그 사람은 호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부적응자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서, 저로 하여금 그가 이 사회에 적응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난민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 나라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오늘의 경험은 저에게 난민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에 대한 제 시각에 변화가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난민들에게 이해와 동정을 베풀겠지만, 동시에 그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적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