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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Sep 18. 2024

호주와 한국 응급 환자를 대하는 자세..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는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변 지인들에게 전하곤 하죠. 하지만 호주에 살고 있다 보니 추석 명절 분위기가 한국만큼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 일찍 단골 미용실을 방문해서 머리를 자르려고 했습니다. 추석이라서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계획은 한 주 뒤 금요일쯤 머리를 자르고 조쉬아의 결혼식에 가고, 그다음 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 머리를 몇 년째 잘라주신 미용사분이 맹장으로 수술을 받아야 해서 계획을 조금 앞당기게 됐습니다.

미용사분은 맹장 때문에 병원에 몇 달 전에 일주일간 입원했고, 이번 주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하네요.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호주의 국립 병원은 환자들을 3가지로 분류한다고 해요. 응급 환자는 즉시 수술을 받지만, 중간 응급 환자는 3개월에서 4개월 정도를 기다리고, 응급하지 않은 환자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분은 중간 응급에 해당되어 약 3개월 정도 기다리다가 이번 주에 수술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오늘까지 일을 하고, 내일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 전 기본적인 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호주의 국립 병원 시스템은 응급 상황에서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스티븐 아버지와 제 미용사분이 제때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시스템 덕분이죠. 특히 응급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치료를 제공하는 점은 호주의 의료 시스템의 큰 장점이에요. 중요한 치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응급 환자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구조인 것 같아요.


하지만 비응급 상황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죠. 제 친구 케이의 경우가 그랬어요. 케이가 치질 때문에 병원을 찾았지만,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분류되면서 불편한 상태로 1년을 기다려야 했죠. 결국 참다못해 케이는 자신의 돈을 주고 사립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았는데, 그 비용이 꽤 만만치 않았습니다. 응급이 아닌 경우, 이렇게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점은 호주 공공 의료 시스템의 한계일 수 있어요. 이처럼 응급 상황에서는 호주의 국립 병원 시스템이 매우 효과적이지만, 비응급 상황에서는 사립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긴 대기 시간과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예전에 브런치에서 한국 응급실에서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응급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문제가 되기도 하죠. 이런 점에서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이 더 철저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 시스템도 장점이 많습니다. 특히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 빠르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죠. 진료 대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공공 의료와 민간 의료가 조화를 이루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합니다. 가벼운 수술이나 치료 같은 경우에는 더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환자들이 신속하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호주는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이 우수하고, 한국은 비응급 상황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돋보입니다. 어느 시스템이 더 낫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각국의 장점과 단점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죠.

저도 아직까지 심각한 수술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수술을 받는 분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이 일상을 보내시다가도, 수술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거나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프기 전에 미리 건강을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스티븐 아버지께서는 응급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셔서 회복 중이시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놓였어요. 회복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일을 통해 건강을 미리 챙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어요.




https://m.mbn.co.kr/news/society/5056250?utm_source=taboola

4년 전 '응급실 뺑뺑이'로 인해 아들을 잃고 재판 중인 김소희 씨는 "철옹성 같은 의료 권력과 거대 병원 앞에서 약자인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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