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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Sep 19. 2024

4학년 아이 존중해 주기..

스티븐이 골드 코스트에 있는 동안, 행복이와 단둘이 4일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큰 싸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행복이에게 적당히 자율성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조건 제가 원하는 대로 행복이가 행동하기를 바랐는데, 아이가 점점 성장하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늘 아침, 행복이는 평소보다 일찍인 7시에 일어났어요. 저는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 조금 더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말하고, 저는 제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마도 행복이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7시 30분쯤 다시 일어나 방에서 나왔는데, 행복이 방을 들여다보니 아이가 보이지 않더군요. 예상이 맞았습니다. 제가 거실로 나오자 행복이가 바로 다가와 "굿모닝" 인사를 건네고는 욕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제가 아침은 먹었는지 물어보니, 제가 방에 있는 동안 행복이는 이미 혼자서 시리얼을 먹었고, 학교에 갈 준비를 위해 욕실에서 이빨을 닦고 세수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는 모습이었어요. 혼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다 끝내는 걸 보니, 아이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복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어요. 오늘은 프랑스 문화와 관련된 특별한 날이라, 학생들이 프랑스에 맞는 옷을 입고 등교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란색, 흰색, 빨간색에 맞추어 행복이의 의상을 준비했어요. 행복이가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이런 활동을 통해 문화를 더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행복이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준비하면서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의미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제 제가 입으라고 하는 옷보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합니다.


학교까지 걸어가는 동안 행복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금요일에 친구 집에서 슬립오버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먼저 물어보고, 그 후에 친구 부모님이 우리에게 연락하라고 말해주었어요. 우리는 네가 친구 집에서 자는 것을 허락하는데 친구 부모님도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제 행복이가 어떻게 이 상황을 처리하는지 지켜보려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씩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티븐이 골드 코스트에 있고 제가 오후에 근무를 하다 보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행복이가 방과 후 친구 네이트의 집에 머무르고, 오늘은 자스퍼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어요. 행복이가 이제 친구 집에서 저를 기다리는 것을 나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 참 뿌듯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점점 더 행복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독립적인 성장을 보는 것이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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