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어요. 전날 골드코스트로 가는 준비를 다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죠. 그래서 일어나서 가방을 챙기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그 소리에 스티븐도 깨어났고, 행복이도 6시쯤에 일어났어요. 아들에게 조금 더 자라고 하니 행복이는 순순히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고, 저희가 준비를 다 마칠 때까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7시에 행복이를 깨워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큰 문제없이 무사히 골드코스트에 도착했어요. 공항에 스티븐의 어머니가 마중 나오셨고, 우리는 곧바로 스티븐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 스티븐 아버지를 뵈었을 때, 많이 좋아 보이셨지만, 여전히 수술 후 발견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입원 중이셨습니다. 호주의 병원 시스템은 출산 후에도 보통 3일이면 퇴원시키고, 큰 병이 아니면 2일 정도 입원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스티븐 아버지께서는 일주일 넘게 입원해 계셨으니, 아직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븐 어머니는 스티븐이 다시 골드코스트로 돌아와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서로를 챙겨주고 돌보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자식들이 곁에서 챙겨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어요. 병원이 너무 커서 병실 찾기부터 의사와 간호사와 의사소통, 환자에게 필요한 물건 구입부터 물건을 옮기는일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있어 보였습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어 아프고 싶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아플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그때 행복이가 가끔이라도 저를 챙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요즘 시대는 그런 것도 욕심이겠죠.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아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트램을 타고 다니시는 노인분들이나 스티븐 부모님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행복이가 커서 자립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나이가 들었을 때 가끔 저를 생각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병원에 가서 스티븐 아버지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곁에서 챙겨드리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자식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이번 일로 배우고 있습니다. 자식이라는 그 존재 자체가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