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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도 아침 일찍 스티븐 아버지를 병원에서 먼저 찾아뵙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 멜버른으로 돌아가기 전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골드코스트의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한 끼를 먹고 싶어서 점심 예약을 1시 30분으로 잡았어요. 평소에는 12시에 점심을 먹는데 조금 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저와 스티븐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고, 저는 특히 한국 스타일 치킨 바오번을 시켰어요.


바오 번(Bao Bun)은 중국의 전통적인 음식인 바오지(包子)에서 유래된 부드럽고 폭신한 찐빵입니다. "바오"는 중국어로 "쌈"이나 "감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바오 번은 속을 채워 먹는 형태의 음식이에요. 바오 번은 보통 찐빵처럼 쪄서 만들어지며, 속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바오번의 한국식 버전을 정말 좋아해서 꼭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와 스티븐은 이것저것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배가 부르기 시작했죠.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행복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아서, 배고픈 행복이가 슬슬 칭얼대기 시작했어요. 저는 "니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다른 음식도 먹어봐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그 순간 행복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마도 너무 배가 고팠던 상황에서 제가 한 말이 섭섭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다행히 행복이의 음식이 마침내 나오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가족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자랐어요.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행복이 역시 자신이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세대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행복이가 음식을 먹으면서 더 주문해 달라고 했지만, 저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다시 주문하자"라고 말했어요. 결국 음식을 다 먹고 나니 행복이는 더 배고프지 않다며 추가 주문은 필요 없다고 했고, 우리 가족은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저희는 바닷가로 향했어요. 어제저녁에 행복이와 둘이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아이가 그물을 이용해 바닷가에서 이것저것 잡는 모습을 봤는데, 행복이가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양동이와 그물을 준비해 바닷가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수영만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바닷속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물을 이용해 새우 새끼와 꽃게 같은 작은 생물들을 잡아보았고, 행복이는 이 과정을 보며 정말 신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다의 생물들을 가까이서 보며 탐구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어요. 행복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물을 휘두르며 바닷속 생물들을 잡아보려고 노력했고, 그러는 동안 저희는 가족끼리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하다 보니 어느새 행복이보다 제가 더 열심히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채집에 몰두하게 됐어요. 그러다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모여 밖에서 동식물 채집도 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주로 집에서 디바이스를 사용해 노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밖에서 뛰어놀고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행복이가 바닷가에서 정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 속에서 놀 때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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