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저는 잠자리가 바꾸면 예민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합니다. 오늘은 드디어 멜버른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침대에서 잠깐 누워있다가 마지막으로 바닷가 산책을 나갔어요.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떠나기 전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기니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것은 좋은데 날씨는 여기가 훨씬 좋네요. 산책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어요. 비행기는 9시 10분에 출발해 멜버른에 11시 30분쯤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티븐이 비행기 번호가 JQ437인데 제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이트로 오지 않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스티븐의 말을 듣고 보니 탑승시간이 다되어가는데도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때가 종종 있어 오늘 출근이 걱정됐거든요. 스티븐은 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동생 크리스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 집으로 가야 해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공항을 떠났습니다. 스티븐은 11시가 넘으면 출근을 못하니 꼭 안내 방송을 잘 듣고 12시 넘으면 회사에 연락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죠.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만약 비행기가 취소된다면 회사에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비행기는 30분 지연된 후 무사히 골드코스트를 출발했습니다. 멜버른 공항에 도착한 뒤, 집 근처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저희 동네에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운행되지 않더라고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2시 30분에 집 근처로 가는 버스가 있었고, 12시에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우버를 타고 가는 것이었는데, 비용이 약 100불이었고, 그 경우 집에 12시 50분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12시에 시티로 가는 옵션을 선택했어요. 24불을 내고 스카이 버스를 타고 시티에 도착한 뒤, 서던 크로스 역에서 기차를 타고 저희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기차는 제가 트램 기사라서 무료로 탈 수 있었죠. 기차역에 도착한 후, 우버를 불러 10불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총 약 35불이 들었어요.
공항에서 바로 우버를 타고 집으로 왔을 때와 비교하면 65불을 절약했지만, 집에 도착한 시간은 1시 20분으로 공항에서 우버를 바로 탔을 때보다 약 30분 더 걸렸습니다.
스티븐과 행복이가 함께 있었다면, 당연히 우버를 선택했겠지만 혼자서는 100불을 들여오는 것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스티븐과 마찰이 생길 때가 있죠. 저는 주로 절약하는 편인데, 스티븐은 시간을 절약하는 쪽을 더 중시하거든요. 다음 주 여행에서도 이런 마찰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인터넷을 보면서 조금 더 저렴한 호텔을 예약하자고 하는데, 스티븐은 그런 곳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하죠. 그는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루에 350000원 한옥 호텔을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 예약했습니다.
스티븐은 하루에 600000 원하는 신라호텔로 다음 주 토요일, 일요일 예약을 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기에 이번 여행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절대로 바꾸지 않습니다. 단 함께한 18년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맞추어 가는 것 법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