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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by Ding 맬번니언

저는 엄마에게 제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어요. 소통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고, 서로 서운한 감정이 깊어질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만 불편하지 않으면, 이틀에서 삼일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제가 스티븐이랑 18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우리 고향집에 방문하는 건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알았다"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일반 커플이었다면 이런 고민은 아예 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런 상황이 고민거리로 다가오는 게 가끔은 마음에 걸립니다


그 후, 저는 골드코스트에 있는 스티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스티븐은 "자신은 상관없으니, 엄마를 너무 불편하게 하지는 말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후 저는 출근했고, 스티븐과 행복이는 멜버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죠. 오늘 갑자기 스티븐 아버지의 수술 일정이 잡혔고, 스티븐은 마지막 인사를 못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는 사실에 많이 아쉬워했어요.


저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확인해 보니, 스티븐이 가족 단체 톡에 많은 메시지를 남겨두었더군요. 내용을 보니, 스티븐 아버지의 상태가 다시 위급해졌다고 했습니다. 몇 시간째 수술 중이며, 생존 확률이 50/50이니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였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멜버른으로 돌아오기 전에 스티븐 아버지에게 "회복되시고 11월쯤 멜버른에서 보자"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상황이죠. 그래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 후로 스티븐 아버지의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그 순간 저는 갑자기 더욱더 고향집에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는 매 순간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결정을 내리기로 했어요. 우리 고향집에서 스티븐, 행복이, 그리고 엄마와 함께 며칠을 보내는 것이 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상황이 어렵더라도 밀어붙여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어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몇 시간 만에 수술이 끝났고, 지금 스티븐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 혈압이 여전히 낮고, 동맥에 생긴 구멍을 수술했지만, 아직 패혈증을 유발한 감염의 근원을 찾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의료진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고, 그 약이 효과를 발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선 중환자실에서 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랄 뿐이네요.

저는 다시 엄마에게 스티븐 아버지의 상황을 설명드렸어요. 혹시나 스티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이 생기면 이번 여행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행을 가게 된다면 수요일에 고향집에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를 뵙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죠.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복잡하고 미묘한 것 같아요. 남이라면 그냥 두 번 다시 안 보면 그만인데, 가족은 그럴 수 없죠. 싫어도 보고 싶고, 보고 싶어도 마음이 불편한 그런 미묘한 관계 말이에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때로는 어렵고 힘들어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하는 것이 결국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단 서로 부담을 주지 않은 선에서 말이죠. 그래서 우선 수요일에 무조건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지만 며칠을 머물지는 정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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