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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어머니께서 20억 가까이 되는 유산을 상속...

by Ding 맬번니언

스티븐 아버지께서 다행히 눈을 뜨시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셨습니다. 저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잠시 안도했지만,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특히 감염의 원인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언제 상황이 다시 안 좋아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기에 부담감이 큽니다.


그런데 스티븐 아버지를 보면, 정말 무덤덤한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침착하게 농담까지 하시니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라면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과 걱정이 많을 텐데, 그분의 태도는 잊을 수가 없네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차분하게 계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스티븐 부모님의 재산을 두고 자식들 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스티븐 어머니께서 20억 가까이 되는 유산을 갑자스럽게 상속받으셨고, 그로 인해 가족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스티븐은 부모님께서 좋은 집을 마련하고 오래 건강하게 사시는 걸 원하지만, 둘째 아들 크리스와 그의 아내는 그 돈을 자신들에게 맡기길 원하고 있죠. 셋째 아들은 특별한 의견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고요. 스티븐 아버지의 상태가 불안정해 상속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지만, 호주에서는 부모가 80세 정도가 되면 재산을 관리할 법적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 부모님은 멜버른에 사는 스티븐을 법적 대리인으로 선택했지만, 둘째 아들 크리스가 이에 반발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크리스가 마음대로 스티븐 부모님 돈에 손을 될 수 없기 때문이죠. 다행히 지금은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형제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돈이 가정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저희 집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어요. 저희 가족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그래서 제가 부모님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누나들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장남으로 특별 대우를 받지 않으며 자랐습니다. 엄마가 할머니에게 차별 대우를 받고 자라셨기 때문에 저와 누나들을 다르게 대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렇다 보니 누나들도 저에게 장남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지는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신경 써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가족 내에서의 책임과 사랑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저는 부모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스티븐 형제들도 그렇고 저희 남매들도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일 뿐이죠. 사람들이 종종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돼요. "만약 내 입장이라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예를 들어, 스티븐의 부모님 상황이나 한국에 계신 제 부모님 상황을 생각할 때, 나중에 행복이가 나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지 고민하게 됩니다. 행복이가 부모로서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또 내가 행복이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답이 나오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행복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헌신을 우리는 아이들에게 전해줄 것이고, 결국 그 아이가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그 과정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내 부모님을 돌보는 마음이 곧 나중에 행복이가 나를 대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이건 단순히 효도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나중에 나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에 대한 깊은 숙고에서 나오는 결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 행동의 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좀 더 가족을 위한 결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게 되죠. 인간관계라는 것이, 특히 가족 관계에서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가치를 전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저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그리고 가족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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