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가네요. 한국에서의 일주일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스티븐과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대부분 휴양지로 쉬는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하는 도시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하게 되었어요. 여행 일정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이제 일본 여행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하네요. 특히 이번 일본 여행은 대부분 테마파크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아이가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테마파크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 부분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잘 준비해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라 오늘은 일정을 많이 잡지 않았습니다. 대신 호텔 근처 명동 아트홀에서 하는 "점프" 공연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공연 시간도 약 70분 정도여서 행복이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점프"는 코미디와 무술을 결합한 넌버벌(non-verbal) 공연으로, 대사 없이도 신체적 표현과 무술 동작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쇼입니다. 태권도와 택견 같은 한국 전통 무술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많고, 여기에 유머를 더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 없이도 몸짓과 무술만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점프"는 2003년에 처음 선보인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많은 나라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스토리는 유쾌한 가족과 도둑들 간의 코믹한 상황과 무술 대결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객 참여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현장에서의 재미가 배가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간단한 한국어를 영어로 간단한 대사가 추가되었다면 외국인 관객들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연 중에 몇 안 되는 대사들을 옆에서 영어로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한국어를 모른다고 해서 공연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외국인 관객들을 위해 조금 더 배려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프"는 대사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신체 표현과 유머, 무술이 어우러진 훌륭한 공연이었고, 저희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점프 공연을 관람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마지막 저녁식사는 호텔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일본에 가기 전에 주말을 동국대 옆에 있는 신라 호텔에서 보냈습니다. 하루 밤에 60만 원 정도 하는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머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외국인들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부자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야외에서 웅장한 결혼식도 열리는데, 이렇게 호화로운 결혼식은 처음 보았어요. 정말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호텔에 머물다 보니 저도 잠시나마 부자가 된 기분이 들더군요. 아마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호캉스를 즐기는 것 같아요. 저희도 비싼 호텔에서 일정을 빡빡하게 잡기보다는, 여유롭게 호텔의 다양한 시설과 식당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호텔에서 물 한 병이 12,000원, 콜라 한 캔이 9,0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결국 저희는 주로 호텔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다가 마지막 날 저녁에만 호텔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했습니다. 비싼 호텔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는 것은 정말 좋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웃음 나더군요. 결국, 평소와 다름없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이어진 셈이죠. 그래도 신라 호텔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신라 호텔에서의 경험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녁 한 끼에 70만 원이 사용되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웠지만, 예약이 꽉 차서 빈 테이블 하나 없이 가득 찬 식당의 모습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특히, 식당 안에서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가족 중에서 밥을 먹는 아이를 보면서, 문득 ‘저 아이는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며 자라면서 70만 원 정도는 그냥 한 끼 저녁 가격으로 인식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고급스럽고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일상이 될 테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전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도 우리와는 다르게 형성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는 70만 원이 큰돈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이 정도는 보통’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으니까요. 반면, 우리처럼 2박 3일 동안 한 끼로 모든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한 끼의 의미와 무게가 훨씬 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가치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