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이제 한 달 뒤면 10살이 되고, 그동안 행복이의 성장을 지켜본 시간이 거의 1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어쩌면 행복이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오늘 저희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희가 제출한 서류들을 유심히 살펴보시고, 행복이가 ADHD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놓으셨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행복이가 어떤 점에서 다른 아이들과 달랐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생활과 행복이를 어떻게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이가 ADHD일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 저는 문득 한국에 있는 저희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과 다르게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가족은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20년이 넘도록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들의 태도가 오늘 저희 아이에게 ADHD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나 어려움도, 막상 내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암에 걸리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혹은 게이라는 것처럼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내 가족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 말이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저는 그런 태도를 버리고, 행복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더 나은 길을 함께 찾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ADHD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서 행동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저희 한국 가족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했을 때, 그 누구도 저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공부하거나 알아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언가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으로 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죠. 만약 그들이 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그런 시선보다는 오히려 저를 더 잘 이해하고 도우려고 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저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 역시 부모로서, 행복이를 돕기 위해 ADHD에 대해 공부하고, 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행복이가 ADHD를 가지고 태어났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장애물이나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행복이가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행복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가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ADHD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행복이를 도울 계획입니다. 그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와 길을 찾아가는 데 있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로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도와주고, 함께 성장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그것을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죠. 그럴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가족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행복이가 ADHD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힘들어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힘들어할 행복이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부가 필요하겠죠. 어른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새로운 시각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이 보일 것이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ADHD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행복이를 더 잘 이해하고 돕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 나갈 계획입니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