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피로 회복제가 필요할 만큼 피곤한 상태였지만,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피로회복제를 쉽게 구입할 수 없어 커피로 대신했습니다. 저는 2주간의 여행 동안에도 호주 시간으로 7시에 일어났고, 오늘도 역시 7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하지만 어제 돌아와서 바로 일을 한 탓인지, 오늘 아침부터 피로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이렇게 피곤하면 스티븐과 행복이도 분명 피곤할 것 같아, 8시에 그들을 깨웠습니다. 최소한 행복이가 학교에 가야 하니까요. 저녁 9시 비행기에서 10시간 넘게 비행을 하고 아침 9시쯤 도착 점심을 먹고 2시에 출근을 한다는 것이 시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 피곤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다음부터는 휴가 일정도 더 생각하고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이제 한주를 시작했는데 피곤해서 벌써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행복이는 간신히 일어나 학교 준비를 마쳤고,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도 챙겨서 학교에 보냈습니다. 저와 스티븐은 아침 산책을 나가면서 날씨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희가 떠날 때는 추워서 점퍼를 입고 다녔는데, 이제는 반팔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산책을 하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호주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행복이의 의사 면담이 잡혀있고, 금요일에는 스티븐의 치아를 뽑아야 합니다. 또한 스티븐은 다시 한번 부모님을 방문하고 싶어 하고, 그동안 밀린 일들도 많아 신경 쓸 것들이 많습니다. 2주 여행이 짧은 것 같지만 여행을 다녀오니 벌써 10월 반이 지나 버렸습니다. 행복이는 학교에 가고 저는 출근을 준비 중입니다.
저는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만약 다른 직업에서처럼 일을 집에서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면 분명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겁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죠. 긴장을 풀고 즐겨야 할 여행 중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일 생각에 피로감을 더 느끼고, 결국 여행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트램을 운전하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저 트램 운전만 하면 된다는 단순함입니다. 다른 회사 일처럼 끊임없이 회사 일을 신경 쓰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이 일이 참 좋습니다. 사실 저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 외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은 일하는 시간 동안에만 집중하면 되고, 그 외의 시간은 저 자신과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저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여행 중에도 마음 한편에 일 걱정 없이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런 환경 덕분에, 저에게 맞는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소심한 적에게 딱 맞는 직업입니다.
이제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여행 중에 생긴 많은 양의 빨래를 해결하는 것이죠. 여행에서 돌아오면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빨래할 양이 어마어마하게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걸릴 정도로 많은 옷들이 쌓여 있었어요. 빨래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먼지가 묻고 땀에 젖은 옷들을 세탁하면서, 여행에서의 피곤함도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요. 빨래를 하면서, 다시 일상으로의 전환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빨래를 하다 보면, 여행이 끝났다는 현실감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빨래를 돌리고, 널고, 정리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같아요. 여행의 여운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다시 익숙한 리듬으로 돌아가려면 이런 과정들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