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 사람은 구정을 쇄야지! 아침부터 행복이와 같이 한국 식구들에게 전화로 새해 인사를 드리고 톰의 집으러 가 함께 설날을 지내기로 했다. 나는 비록 지금 어쩔 수 없이 호주 시민이 되었지만 행복이에 뿌리는 가르치고 싶다.
톰은 중국 사람이지만 '춘절'이라고 부르는 한국과 같은 날 음력 설날을 따르기 때문에 함께 명절 분위기를 보내기로 했다. 이후 톰과 서로의 설 문화를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우리는 설날 당일을 중요하게 여겨 당일 전까지는 전을 부치는 등 준비를 많이 하는데 반면 중국은 설날 전날에 사람들이 모여서 설날까지 논다고 한다. 호주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구정 설날을 호주 사람들이 'Chinese New Year'라고 부르며 여기저기 많은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중국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설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음력 설을 나는 여러 아시아 국가가 있지만 호주인들에게 이날은 'Chinese New Year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비슷하면서 다른 점, 한국은 세뱃돈을 주는데 중국도 홍빠오를 서로 주고받는다. 혼인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색 봉투(악귀와 불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에 돈을 담아 준다. 홍빠오 건네면서 궁시파차이(돈 많이 벌어)라는 덕담을 건네는 것이 풍습이다. 오늘 참여하는 아이는 2명의 중국 남자아이와 1명의 여자아이. 우리는 각자 준비한 세뱃돈을 건네주고 설날을 함께 보냈다. 나는 세뱃돈을 건네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해주었다.
오늘 함께 설을 나기로 한 두 아이는 톰이 주도하던 엄마모임에서 알게 된 아이들인데 톰은 이제 더 이상 큰 그룹을 유지하지 않고 1명의 남자 아이 와 1명의 여자 아이 이렇게 두 명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나도 안면을 트고 지내게 되었다. 생각보다 큰 그룹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며 지금이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뒷담화도 너무 많이 나오기 마련이라 스트레스가 심했었던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했고 예쁜 아이들과 행복이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챙겨준 톰이 고마웠다. 우리는 미리 약속한 아이들 전통 의상 입혔는데. 행복이는 한복을 입었고 중국 애들도 치파오라는 중국 전통의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 시기의 호주는 여름 날씨라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진만 겨우 찍고 결국 다 벗긴 다음 기저귀만 차고 4명이 정신 없이 놀고 있었다. 부모 마음이야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너무 거추장스러워.’ 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오밀조밀. 평소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4명의 아이들이 계속 뛰어다니니 유달리 오늘따라 톰 아파트가 좁아 보인다. 그래도 톰 덕분에 행복이에게 더 많은 친구가 생겨서 유독 오늘 행복이가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