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일어나는 모든 것 앞에 '행복이와 함께하는 첫' 이라는 어여쁜 수식어가 붙는 한 해이다.
작년에도 크리스마스에 행복이와 함께하기는 했지만 행복이가 막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인데다 호주도 아니었기에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호주에서 오롯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것에 매달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올해 크리스마스도 골든 코스트에서 스티븐 가족들이랑 함께 보낸다. 이번에는 스티븐의 동생 크리스 가족이 말레이시아에서 와서 더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리스는 IT 회사에서 일하는 자수성가한 뛰어난 인재인데다 크리스의 부인 아멜리아는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사교적이고 매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사업 수단이 좋은 사람이다. 둘 사이에는 쌍둥이 딸이 있었고 아멜리아의 동생 가족도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정말 대가족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되어버렸다.
2015년 대가족의 크리스마스 참석명단
: 스티븐의 부모님, 스티븐, 나, 행복이, 조슈아, 소피아, 스티븐의 동생 크리스, 크리스의 부인 아멜리아, 아멜리아와 크리스의 쌍둥이 딸, 아멜리아의 동생네 가족들(4명)…
아멜리아와 나는 같은 동양 사람이라서 그런지 비교적 빨리 친밀해졌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크리스마스을 명절처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아멜리아도 그런 것은 잊어버리고 캐롤을 들으면서 점심을 준비하며 호주식 크리스마스를 즐기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엔 주로 햄이나 로스트비프를 먹는 것이 전통인데 스티븐 식구들은 비프보다 햄을 좋아한다. 사람이 많아서 BBQ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해산물 종류도 먹는데 주로 새우를 많이 먹는다. 이 새우를 사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서 엄청나게 긴 줄을 기다리곤 한다. 올해 새우 사오기 담당 스티븐의 말로는 2시간은 넘게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들 점심 준비로 정신이 없던 중,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멜리아 동생 가족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요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행복이 낮잠 시간이 되어 재우고 있는데 갑자기 스티븐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뭐야~ 어디 간 거야?”
“행복이 이제 막 잠들었어~ 조용히 좀 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보이지를 않아”
“뭐가? 어디로 사라져?”
“새우가 없어! 아니 내가 식탁에다 잘 올려놓았는데 어디로 간 거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나랑 스티븐이 소리가 커지자 스티븐 식구들이 모여들어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식탁에 새우를 올려놓았는데 하나도 없어 누가 치웠어?" 그러자 그때야 아멜리아 동생이 "우리가 먹었는데?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어.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식구들 빼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멘붕에 빠졌다.
'아직 점심식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다 먹어 버렸다고?'
나는 순간 그게 너무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에서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화가 무척 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티븐의 가족들은 바로 "아 그랬구나~ 하하하"이러고 다시 각자 자기가 하던 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왜 가족들이 그렇게 웃으며 넘어갔는지 알 것 같았다. 모두 크리스마스 점심식사에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망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이미 새우는 없어졌고,
아멜리아의 동생네 식구들에게 화를 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걸 모두 알기에 모두 미리 마음을 맞춘 듯 마치 처음부터 새우가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스티븐이 새벽부터 고생해 사온 새우였지만 모두 손도 대보지 못하고 사라졌고 새우를 기대했던 가족들도, 누구보다 힘들게 새우를 사온 스티븐이 가장 속이 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모여 즐겁게 크리스마스 점심을 즐겼다. 나는 스티븐의 가족들이 새우 사건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무례함에 화를 먼저 내려 했던 나 자신을 생각해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더 행복한 시간을 위한 예의와 인내. 그런 것을 나도 배우고 싶다. 그리고 우리 행복이도 꼭 배워서 스티븐의 가족처럼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