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아이를 혼자 돌볼 때마다 싱글 부모님들의 대단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번 주말 동안 저도 혼자서 행복이를 책임지며 평일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보람이 커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다행히 아기 때보다는 덜 힘들지만, 여전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정신적인 부담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혼자서 모든 일을 신경 쓰고 챙기려면 예상치 못한 상황도 많고, 결정할 일도 많아서 순간순간 어려움을 느끼게 되죠.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이런 힘듦도 결국은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 내는 싱글 부모님들께 정말 큰 존경과 감사를 느끼게 되는 주말이었습니다.
일요일에는 행복이와 함께 <와일드 로봇>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했는데, 이 영화가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영화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야생에 떨어진 로봇 ‘로즈’가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로즈는 생존을 위해 주변 동물들의 행동을 배워가고,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을 만나 돌보기 시작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관계와 감정들을 깨닫습니다. 브라이트빌이 남쪽으로 떠나기 전까지 생존 기술을 가르쳐주며, 로즈도 점차 감정적 성장의 여정을 겪게 되죠. 이 영화가 전해주는 감동은 로즈가 단순한 기계에서 벗어나, 점차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보살피는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어미 잎싹처럼, 로봇 로즈도 아기 기러기를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니,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보여주는 이타적 사랑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이러한 사랑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의 마음에도 진한 감동이 남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몇 장면에서 행복이의 눈가가 촉촉해진 모습을 보고, 저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행복이도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감동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저는 자연스럽게 행복이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행복이의 손을 잡고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아이와의 유대감이 한층 더 깊어진 것을 느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행복이와 영화 속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행복이는 로즈와 브라이트빌이 나중에 서로 떠나야 하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고 하더군요. 그 장면에서 느낀 감정이 가슴 깊이 남아있는 듯, 슬퍼하는 행복이의 모습이 저에게도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 장면을 통해 아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그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과정을 경험한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과 초록이의 이별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한편으로는 행복이가 이별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그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행복이에게 "언젠가 너도 우리 곁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할 때가 올 거야. 그때까지 우리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자"라고 말했습니다. 행복이는 제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 손을 꼭 잡았어요. 그 작은 손의 온기 속에서, 아이가 제 곁에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만들어갈 추억들이 얼마나 값질지 깨달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영화 속에서 경험한 이별과 성장은 우리 가족에게 깊고 잔잔한 의미로 남았습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이 영화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어요. 아이가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이별에 공감하고, 그 감정을 함께 나누며 제 손을 꼭 잡았던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지 모릅니다. 영화를 통해 저는 로봇 로즈와 암탉 잎싹이 품었던 사랑과 비슷한 마음을 행복이에게 전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비록 저는 아이의 ‘엄마’는 아니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아이를 지키고 돌보며 품었던 무한한 애정을 아이에게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와의 시간 속에서 저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이 역할에 대한 감사와 뿌듯함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엄마여도, 아빠여도, 혹은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진심 어린 사랑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마음을 아이와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완전한 가족이며, 그 사랑이 아이의 성장 속에서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가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아요. 행복이와 나누는 이 사랑이 언젠가는 그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때 힘이 되고,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