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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Oct 29. 2024

직장 동료의 부탁

퇴근길에 새벽 근무자의 연락을 받고 내일 근무 교대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에 흔쾌히 도와주기로 했지만, 최근 규정이 변경되어 일주일 전에 미리 요청해야만 근무 교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일단 교대가 확정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도 이미 근무 담당자에게 연락해 두었다고 해서, 저는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스티븐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일과를 나누는데, 스티븐이 오늘 부모님이 새로운 집을 무사히 렌트했다는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이 모든 일이 스티븐의 세심한 배려와 도움 덕분에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집을 찾고,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까지 스티븐이 꼼꼼하게 도와준 덕분에 부모님께서 편하게 이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스티븐 부모님은 이번 주 금요일에 새로운 집의 열쇠를 받으시고, 주말에 이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번 이사에는 스티븐이 직접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행복이 학교가 쉬는 날이 있고, 화요일은 멜번컵 공휴일이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스티븐은 바로 다음 주 런던 출장 일정이 잡혀 있어 이사까지 책임지는 것은 무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스티븐의 동생, 크리스가 부모님의 이사를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스티븐이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크리스는 기꺼이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내어 말레이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골드 코스트로 오기로 했다고 합니다. 크리스가 부모님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겠다고 하니,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와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이사 준비로 부모님과 크리스가 함께할 주말이 그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저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에 빠져, 한시도 쉬지 않고 모든 것을 감당하려 애쓰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져 있을 뿐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뿐이죠. 결국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하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의 방식임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소중한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리스와 스티븐이 부모님을 위해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도와드리는 것처럼, 우리도 필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손을 내밀고 의지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새벽 근무자에 요청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서로 돕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우리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하거나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입니다. 새벽 근무자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 것도 그 선의를 지키는 일인 것처럼, 때로는 도움을 주되, 그 선을 잘 지켜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지치게 되고, 결국에는 오히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만 더하게 될 수 있거든요. 살다 보면 어디서 멈추고, 또 어디까지 돕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지만, 이렇게 각자의 역할과 한계를 존중하면서 돕고 의지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밤 10시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는데 근무 교대 승낙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 새벽에 일어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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