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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Oct 27. 2024

하루종일 아이에게 맞추어지는 시간.


스티븐이 골드 코스트에서 부모님을 돕는 동안, 저는 행복이와 주말을 함께 보내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농구 경기로 향하기 전에 행복이가 포켓몬 카드를 사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집에 이미 카드가 많아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사 온 카드들 덕분에 포켓몬 카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단순히 거절하기보다는 작은 동기를 부여해 주기로 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사줄게."

이 말을 듣고 행복이는 눈빛이 반짝이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고 열심히 뛰는 행복이를 지켜보며 저도 함께 설레고 응원하게 되었어요. 결국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 노력 자체를 칭찬해 주었고, 약속대로 카드는 사주지 못했지만 대신 텔레비전 시청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행복이도 스스로 한 약속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노력에 대한 작은 보상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대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분수 문제로 구성된 숙제를 함께 했습니다. 분수는 처음 접할 때 복잡해 보이기 쉬운 주제라, 쉽게 설명해 주려고 애썼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따라오는 행복이를 보며 오늘 하루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숙제를 끝냈습니다.


오후에는 레고 자동차 조립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행복이가 흥미를 보이며 열심히 조립했지만, 중간에 어려운 부분이 나오자 점점 포기하려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대신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고 완성해 보였어요. 완성된 자동차를 본 행복이의 눈에 감탄의 빛이 비쳤고, 포기하지 않으면 멋진 결과가 찾아온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꼈길 바라봅니다.

숙제와 레고 만들기를 마친 뒤, 문득 ‘나만의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토요일 내내 행복이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았고, 이제야 잠시 아이가 혼자 게임을 하는 틈을 타 산책을 나섰어요. 이렇게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행복이가 이제 4학년이 되어 집에 잠깐 혼자 있을 수 있게 된 것도 고마운 변화죠. 어릴 때는 이런 것조차 불가능했으니까요. 이제 행복이가 점차 더 자라 가며 조금씩 더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내년이면 5학년이 되는 행복이가 스스로 학교에 걸어가는 도전도 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많이 의지했던 아이가 한 걸음씩 독립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토요일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오히려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아이에게 맞춰 주고, 함께 웃고, 운동하며 보낸 이 시간이 마음 깊이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제 몇 년 뒤면 아이가 점점 더 자신의 세상을 넓혀갈 텐데, 그전에 가능한 많은 추억을 쌓아두고 싶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하나하나의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싶습니다. 토요일이 바쁘게 흘러갔지만, 아이와 함께한 하루는 오히려 더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음 주말도, 그다음 주말도 매 순간 함께하며 서로의 기억 속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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