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드라마 "정년이"에 푹 빠져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아들 행복이를 키우며 혹시 저도 모르게 행복이가 주인공 정년이처럼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정년이는 타고난 천재 소리꾼으로, 특별히 배우지 않았음에도 그저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드라마 "정년이"는 원작 웹툰을 각색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데요, 초반부에서 주인공 윤정년은 길거리에서 조개와 생선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다 생선과 조개를 모두 팔고 싶다는 바람에 한 아주머니로부터 “노래 한 소절만 해도 조개를 모두 사가겠다”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 후 국극 공연을 보러 간 정년은, 주연 배우 문옥경의 뛰어난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국극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됩니다. 스스로도 국극 무대에 서기로 결심한 정년은 매란국극단 오디션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군졸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선 정년은 자신의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엑스트라의 경계를 넘어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게 됩니다. 이로 인해 무대 전체의 조화가 깨지게 되었지만, 주연 배우 혜랑의 지원 덕분에 공연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공연 후 정년은 질책을 받고, 조화를 중시하는 무대 연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모든 부모가 자녀가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빛나길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식이 단순히 엑스트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길 바라죠.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김태리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잠시 엑스트라 역할을 맡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엑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당연히 엑스트라가 눈에 띄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영화나 드라마에는 무수히 많은 엑스트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지나치게 돋보이려 하거나 과도하게 연기하면 무대 전체의 흐름이 어긋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어쩌면 제가 부정하고 싶지만 제 아들 행복이도 지금은 그저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는 엑스트라일 수 있는데, 저는 그에게 계속해서 모든 면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단체 스포츠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 역할들 사이에서 조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팀워크가 완성됩니다. 누군가가 과하게 나서거나 조화를 깨트리려 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듯이, 우리 인생에서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습니다.
행복이 역시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길 바라면서, 제가 그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그런데 오늘 행복이가 내년 학교 스포츠를 선택했는데, 첫 번째로 테니스를 고른 걸 보고 놀랍고 기뻤습니다.생각보다 테니스는 다른 인기 있는 스포츠들, 예를 들어 축구나 농구 같은 종목에 비해 덜 주목받기도 하죠. 그래서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행복이가 다른 아이들을 따라서 스포츠를 선택한 것이 아닌 테니스를 좋아해서 선택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아이가 자신만의 관심사와 능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테니스는 개인 스포츠라서 팀원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실력과 집중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점에서 행복이가 자신의 경기에서만큼은 온전히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팀 스포츠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나가며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겠죠.
행복이가 테니스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책임감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고 선택한 종목에서 얻는 성취감은, 다른 사람의 기대나 강요로 얻게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테니스에서는 개인의 집중력과 실력이 중요한 만큼,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이 행복이에게는 값진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행복이가 모든 상황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성장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중심이 되어 빛날 수 있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거나 묵묵히 조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도 있죠. 이런 점에서, 행복이가 테니스를 통해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에서 성취와 자부심을 경험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다른 도전에서도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삶이라는 큰 연극에서 우리는 주연과 조연, 때로는 배경이 되기도 하며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게 되는데, 행복이가 테니스라는 무대에서 자신만의 빛을 발하며 즐거움을 찾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분명히 행복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거예요. 부모로서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즐거움이자 행복일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인생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 확신합니다. 행복이가 이 여정을 잘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