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완전히 ‘행복이 매니저’ 모드로 하루를 보낸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30분 일찍 행복이를 픽업해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죠. 상담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고, 한 달 정도 행복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런저런 테스트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오후에 일을 하느라 그동안 상담사와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게 되어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더군요. 2시 50분, 행복이를 학교에서 픽업한 뒤 상담 장소로 향했습니다. 상담사는 굉장히 전문적이고 열정적으로 행복이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녀의 태도에 신뢰감이 느껴졌고, 아이를 이해하려는 깊은 관심이 보여서 저도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하지만 상담 중에 나온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무겁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상담사가 강조한 한 가지가 제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아이가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서두르지 않게 지도하세요." 지금 제가 가장 고민하고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거든요. 행복이는 몰라서 틀리는 경우보다 서둘러서 실수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거나, 답을 성급하게 작성하다 보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죠.
상담사의 조언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이었습니다.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문제를 천천히 읽고 차분히 해결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행복이에게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저는 평소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가 서두르는 태도를 보일 때마다 성급히 "왜 이렇게 대충 하니?"라는 말이 먼저 나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상담을 통해, 행복이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중요한 역할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행복이와 대화를 나누며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이를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연습을 통해, 행복이가 자신감을 얻고, 실수를 줄이며, 무엇보다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상담은 그런 점에서 제게도, 행복이에게도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상담이 끝나면 잠시 집에서 쉬었다가 5시 15분에는 농구 연습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아이가 농구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참여하는 만큼, 연습 시간도 가능한 한 빠뜨리지 않고 챙기고 싶습니다. 농구가 끝난 후에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이어서 저녁 7시부터 30분간 피아노 보충 수업에 참석해야 해요. 피아노 레슨은 한 번에 5만 원 정도씩 들고, 이미 보충 수업이 세 번 잡혀 있어 오늘과 내일 이틀간 받기로 했습니다. 남은 한 번은 다음 주에 미리 예약해 두었죠. 이렇게 행복이의 하루 일정을 다 채우다 보면 아이가 지칠까 걱정도 되지만, 일정을 최대한 잘 조정하며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가 일하기 전에는 이런 스케줄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는데, 제가 오후에 일을 하면서는 일정이 바쁘면 행복이가 방과 후에 배우는 수업에 빠지는 일이 생기고, 보충 수업을 받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이 많을 때 행복이의 일정까지 완벽하게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더 신경 쓰고 싶지만 일과 시간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해 주려니 제 마음 한편이 살짝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행복이가 앞으로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저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오늘 배운 피아노 곡을 연습했습니다. 저는 행복이가 지금 이 정도 실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이라면 행복이의 연주가 다소 거칠고 서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친 소리조차도 아이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솔직하고 직선적인 소리가 피아노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거죠. 행복이가 조금씩 연주를 다듬어 가며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로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행복이는 피아노를 취미로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악기를 자유롭게 다루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대만족입니다. 행복이가 자신의 속도로 악기와 친해지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