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게 "꼭 아파야만 하는"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행복이 때문이죠. 오늘 행복이의 학년에서 학교 장기 자랑 무대에서 댄스를 선보이는데, 그 모습을 놓칠 수 없었거든요. 1학년 때부터 4년 동안 행복이의 댄스 공연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기에 무대에서 신나고 자신 있게 춤추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고, 저도 함께 그 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호주에서도 병가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국 아침부터 병원 예약을 잡고 의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병원 예약이 항상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운 좋게 빈 시간이 있어서 다행히 병원에 갈 수 있었죠.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에게 주말부터 이어진 편도염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의사는 제 편도가 여전히 부어 있는 상태라며 추가로 며칠간 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편도염에 효과적인 약을 추천해 주었어요. 약 설명을 들으면서 ‘이렇게라도 조금 나아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도 제 증상에 맞춰 적절한 약과 치료법을 설명해 주고, 소견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병가 신청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게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과정이 결국 제 몸을 돌보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병가를 사용하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특히 행복이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나와 집에서 푹 쉬다가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습니다. 막상 도착해 보니, 행복이는 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더 신이 나 있더군요. 그래도 그 소중한 순간을 놓칠 수 없어 휴대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영상을 다시 보니, 무대에서 온 마음을 다해 춤을 추고 있는 행복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흐뭇했습니다. 이제는 슬슬 친구들과의 시간이 저와의 시간보다 더 소중해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아이의 성장을 보는 기쁨도 컸습니다.
오늘은 꼭 아파야만 가능했던 일정을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저는 아프지만 오늘까지 참고 병가를 사용한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로는 몸이 아플 때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병가도 저를 위해 쓰기보다 행복이의 행사나 중요한 순간을 위해 사용하게 되면서, 이런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노력과 시간 투자가 이렇게 아이의 성장을 함께하는 값진 순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행복이와 함께하는 제 삶이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