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입니다. 주말이라서 편하게 쉬는 대신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스티븐이 전화로 어제 그렇게 바쁘게 보내고도 오늘 또 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하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아마 스티븐이 대신했다면 불가능했을 스케줄일 겁니다. 그는 저처럼 무리해서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니까요. 하루에 하나면 충분하다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9시 피아노 강습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연달아 3번의 피아노 수업을 예약했는데, 제가 신경 쓰지 않으면 메이크업 크레디트가 그냥 사라질 수도 있거든요.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짜인 일정들을 하나씩 소화해 나갔습니다. 강습료를그냥 버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스케줄을 무리해서 잡았습니다. 피아노 강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농구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오늘 경기는 오전 9시 45분 시작이라 시간이 촉박했죠. 5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농구 경기는 정말 박진감 넘쳤고, 마지막까지 접전 끝에 32대 32로 동점으로 끝났습니다. 행복이와 팀의 노력을 보며 흐뭇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나섰습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다음 일정인 크리스마스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미 11시로 예약해 둔 촬영 시간이 있었기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재빨리 옷을 입고 바로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쉴 틈 없이 움직였지만, 모든 일정을 시간에 맞춰 소화해 내는 스스로에게 조금은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팍팍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꼭 크리스마스 사진을 찍습니다. 올해로 벌써 10번째 크리스마스 사진을 찍었는데요. 오늘 행복이와 함께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찍은 크리스마스 사진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매년 사진 속에 담긴 행복이의 성장 과정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사진 촬영이 낯설어 보였던 행복이가 이제는 이 행사가 당연한 연례 이벤트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하고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모습에서, 크리스마스 사진이 우리 가족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매년 같은 배경이나 포즈 속에서도 행복이가 점점 커가는 모습은 제게 큰 감동을 줍니다. 아마 언젠가 행복이가 성장해서 이 사진들을 돌아보면, 함께한 크리스마스의 추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될 날이 오겠죠. 이렇게 매년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사진이 단순한 촬영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앨범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행복이에게도 크리스마스 사진이 “우리가 매년 꼭 하는 일”로 자리 잡은 걸 보니, 제가 시작했던 이 작은 전통이 의미 있게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저처럼 크리스마스 사진을 찍는 것도 좋고,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작은 전통이지만, 그것이 쌓여가면서 가족의 추억과 유대감은 더 깊어질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