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염에서 상당히 회복되었고, 이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을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금요일, 행복이 반 그룹 채팅방에서 받은 한 엄마의 메시지는 제게 여러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가정 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안전을 위해 집과 학교를 옮겨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은 긴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 메시지를 읽으며 그녀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짧은 메시지를 읽고 금요일부터 바쁜 일정 속에서도 행복이와 함께하며 많은 기쁨을 누렸습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피아노 강습, 농구 경기, 크리스마스 사진 촬영 등으로 분주했지만, 행복이와 함께한 순간들은 참으로 소중했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행복이 반 그룹의 리더 엄마가 그 한국 엄마를 돕기 위해 모금을 시작한다는 공지가 올라오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습니다. 모금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얼마를 기부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제가 지난 주말 동안 행복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사용한 경비가 떠올랐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추억을 만드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때로 참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한쪽에서는 아이와 웃고 뛰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가정 폭력과 같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제게는 사소한 금액일지 몰라도, 그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가진 행복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고 하죠. 오늘 제가 가진 작은 행복을 그녀와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고, 이 경험은 제게 삶의 균형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내 아이와 함께 누리는 기쁨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카르타 출장에서 돌아온 스티븐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시티로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행복이 반 친구 어머니의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집과 학교를 옮겨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그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깊이 깨닫게 돼,”라는 제 말에 스티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릴 적 제가 자랐던 환경과 지금 행복이가 자라는 환경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낍니다.
제가 어릴 때는 가정 폭력이 어디에나 있었고, 그게 너무 흔하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았고, 그때는 그게 잘못된 것인지조차 분명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제가 자랐던 지역이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라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들을 마주했었죠. 그리고 당연하듯이 폭력을 받아 드리는 것이죠.
반면, 지금 우리가 사는 동네는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와 정말 다릅니다. 비교적 평화롭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곳입니다. 행복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인 그 한국 어머니가 처한 상황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 그녀를 지원하려는 모습을 보며, 지역 커뮤니티의 따뜻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호주라고 해서 모두가 행복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어릴 때 겪었던 것처럼, 폭력이 일상화된 지역들도 호주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어떤 지역(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가정 폭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많은 아이들이 그 안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자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부모와 지역 사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이가 지금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현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스티븐과의 점심 자리에서 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제 안에 얽혀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며, 우리가 가진 작은 여유와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지금 행복이가 누리고 있는 안정과 평화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죠. 무엇보다, 그녀와 아이들이 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웃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녀가 먼저 자신을 잘 돌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을 보살피고 회복해야만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힘과 사랑을 줄 수 있으니까요.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듯이, 그녀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봐야 그 사랑이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주변의 도움과 지지도 중요하겠지만, 그 시작은 그녀 자신에게 달려 있겠죠. 이런 이야기를 스티븐과 나누면서, 우리 가족도 주변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와 아이들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 속에서 웃을 수 있기를, 그 시간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