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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Nov 26. 2024

뇌출혈이라면 한국보다 호주에서 아프세요.

5년 전 행복이 생일에서

오늘은 오랜만에 옛 친구 Wanna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태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친구로, 우리의 인연은 행복이가 몬테소리 유치원에 다닐 때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지만, 행복이가 초등학교를 옮기고 그녀의 아이들도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점점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원해져 갔죠.

그런데 10개월 전, 그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지인들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랐지만, 어떻게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Wanna를 직접 만났습니다.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얼굴을 마주하니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안부와 걱정을 전할 수 있어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힘든 재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지만, 미소 속에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Wanna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제 아버지의 상황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제 아버지는 모두 뇌졸중이라는 비슷한 질환을 겪었지만, 그 이후의 여정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고, 수술을 비롯한 치료 과정에서 상당한 병원비가 발생했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저 역시 일을 시작하면서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경제적인 부담입니다. 가족이 함께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우리 가족은  부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반면 Wanna는 호주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24시간 돌보미와 함께 생활하며, 재활 치료와 일상적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비와 생활비 지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그녀와 가족들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두 사례를 비교하면서, 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복지 제도의 차이가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Wanna는 그녀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재활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분명히 희망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 두 가지 다른 형태의 현실을 보며, 복지와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회복과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이 부분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Wanna와의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까지도 저는 여전히 한국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과 추억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그리고 문화적 익숙함이 늘 저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었죠. 그러나 현실은 단순히 감정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부자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의료비를 감당하며 살아가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만약 아프게 된다면, 한국보다 호주에서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주의 의료 시스템은 비록 대기 시간이 길고, 때로는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와 복지 지원 면에서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질병이나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한 경우, 정부의 지원과 의료비 보조는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병원비와 치료비가 개인과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죠.


이런 현실적인 차이를 경험하면서, 내가 살아가는 곳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여전하지만,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호주가 주는 안정감과 복지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서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내 삶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건강과 안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이곳에서의 삶도 분명히 그런 의미를 채워주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녀의 현재 상태를 보며 저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뇌졸중 이후 그녀는 최소한 앞으로 40년을 이런 상태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감당해야 할 시간과 그 안에서의 무게를 상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그러면서도, 인생이란 정말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흔히들 인생을 '새옹지마'에 비유하곤 하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의 그녀는 분명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작은 희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몸은 불편해졌지만,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정부의 지원 아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 또한 그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삶에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도 깨닫게 되었죠.


앞으로 그녀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또 어떤 삶을 만들어갈지 지켜보며 저 역시 저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그 안에서 작은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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