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10살이 되고 드디어 오늘이 찾아왔습니다. 병원에서 대기하던 긴장감과 불안이 가득한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행복이가 ADHD를 진단받는 날이었습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막상 의사의 입을 통해 확실한 진단을 듣는 순간, 저는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의사와의 면담이 끝난 뒤, 제가 받은 정보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오늘로 제 인생은 또 달라졌습니다. 아이의 증상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도, 그 순간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진료실에서 나오는 길에 스티븐을 붙잡고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의사가… 행복이가 ADHD가 있다고 했던 거 맞지?" 스티븐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커서인지 그는 깊게 한숨을 쉬며 가슴을 부여잡았고,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짧은 동작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표정에는 피로와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고, 저 역시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마지막까지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면 학교 선생님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닐까, 혹은 우리가 오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결과를 예감하고 있었기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또한 내 몫이겠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습니다.
행복이가 10년 동안 우리와 함께한 시간 동안 보여줬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첫걸음마를 떼던 날의 기쁨,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모습, 그리고 학교에서 있었던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아이의 성격과 행동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이제는 "ADHD"라는 이름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을 들으며 느꼈던 충격과 혼란이 제 마음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진단을 받음으로써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행복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어쩐지 안도감도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더 명확한 길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이가 반으로 돌아가는 모습
스티븐과 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차 안의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습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행복이는 여전히 우리 아들이고, 이 진단은 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스티븐의 표정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우리 둘 다 행복이를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후, 저는 한참 동안 행복이의 방 앞에서 멈춰 서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의 제 역할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행복이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많은 문제 행동들이 이제야 비로소 설명되었습니다. 왜 그토록 충동적이었는지, 왜 가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는지, 왜 종종 과제에 집중하지 못했는지가 말이죠.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이제는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본격적으로 ADHD 부모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길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며, 쉬운 여정도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걸음일 뿐이고, 저도 행복이도 모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선택한 치료와 약물 복용은 그 적응의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스티븐과 저는 그동안 해왔듯이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는 부모로서의 새로운 사명을 받아들일 때입니다. 오늘의 진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행복이가 ADH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지 그가 가진 많은 특성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자체로 그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진단은 제가 행복이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가진 에너지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어떻게 북돋울 수 있을지 배워야 합니다. 물론, 실패와 시행착오가 따를 것입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임을 믿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나는 행복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배우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웃음과 행복을 지키는 부모가 될 것이다."
오늘은 변화의 시작입니다. 이 진단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가진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행복이는 변함없이 저희의 아들이고,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입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는 그 빛을 더 찬란하게 빛낼 방법을 찾아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