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따뜻한 여름 햇살 아래, 행복이가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빠, 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빠한테 선물하고 싶어요." 그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행복이가 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며 이제 정말 다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주 전, 행복이와 저는 그의 담임 선생님께 드릴 티셔츠를 함께 고르고 직접 만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티셔츠를 받은 날 바로 입으셨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까지 하셨다고 해요. 행복이는 선생님의 반응에 크게 기뻐하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제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결심했죠.
"아빠, 선생님 티셔츠 만들었던 그 가게 기억나요? 이번엔 거기서 아빠 티셔츠 만들어 줄생각이에요." 행복이는 이미 머릿속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행복이를 바라보며 저도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때 스티븐이 장난스럽게 끼어들었습니다.
"근데 행복아, 아빠 거랑 네 거만 만들고 내 건 안 만들 거야? 우리 셋이 매칭하면 더 좋지 않을까?" 행복이는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 "음… 이번엔 아빠랑 나만 맞춰볼래요. 다음에 아빠랑 내가 만든 거 보고 멋지면 그때 만들어 줄게요!"
스티븐은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이번엔 나는 빠질게"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순간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 스티븐의 아이들과 함께 살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때 저는 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양보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서운한 마음이 차곡차곡 제 마음에 쌓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제가 든든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 편이 생겼습니다. 행복이는 아직 어리지만, 그 진심만큼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깊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에 저는 행복합니다.
행복이가 만들어줄 티셔츠가 얼마나 멋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담긴 사랑과 마음이니까요. 행복이가 제게 전하려는 그 마음이야말로 무엇보다 값진 선물입니다. 자신이 있다는 것 정말 행복합니다. 이 크리스마스이브, 행복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크리스마스의 마법처럼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티셔츠 그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가 저를 향해 전해준 진심과 사랑입니다.
행복이가 태어난 이후,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허전함과 외로움이 제 일상이었지만 행복이가 태어난 그날부터, 더 이상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분명히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 값진 선물을 늘 아이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행복이는 저를 웃게 하고, 제 삶에 충만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행복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고, 그 자체로 제 삶을 빛내줍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선물은 어떤 물건이나 외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연결 속에서 얻는 따뜻함이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올해도 행복이 덕분에 그 소중한 선물을 받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