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게 뭔데?

문화에 대한 몇 가지 개념적 의미

by 나름펜

이른바 한류(韓流) 열풍과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까지 문화’(文化)라는 말이 오늘날만큼이나 다양하고 빈번하게 사용하는 때도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화에 대한 개념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것이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Alfred L. Kroeber)와 '클라이드 클럭혼'(Clyde Kluckhohn)의 1952년 발표한 연구문헌으로, 당시 그들이 분류해 낸 문화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이미 164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결국 그 이후에도 등장했을 문화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내려진 문화에 대한 정의는 그 보다 훨씬 많은 수가 존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곧 모두가 동의하는 문화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현재 존재하지 않음을 반증하여 보여 주는 셈이다.




문화는 집단적 현상이고 학습된다.


다양한 문화의 개념 중에서 공통적인 것은 문화는 언제나 집단적(집합적) 현상으로, 이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같은 사회환경 안에서 살고 있거나 산 적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화는 어떤 사회 속에서 자라면서 습득되고 살면서 학습되는 것이지, 선천적인 유전인자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영학 문헌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문화에 대한 개념은 네덜란드 학자인 '헤르트 호프스테더'(Geert Hofstede)의 문화에 대한 견해일 것이다. 그는 문화를 사회구성원인 사람이 어떤 형태의 생각이나 느낌 혹은 행동을 하게 하는 '정신적 프로그램'(mental programs) 혹은 '사고방식의 소프트웨어'(software of the mind)라고 하고 있다.


문화란 '집단적 정신 프로그램'(collective programming of the mind)으로, 하나의 집단이나 범주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른 집단이나 범주의 구성원들과 구분되게 만드는 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는 일반적으로 대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어떤 한 집단 전체나 집단내 많은 사람에게서 형성된 공유된 생각이나 가치의 어떤 총체라고 볼 수 있다.




문화는 '멘탈 프로그래밍'의 일환


'호프스테더'(G. Hofstede)는 문화를 인간의 '멘탈 프로그래밍'(mental programming)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는 '인간 본성'(human nature)이나 개인적인 '성격'(personality)과 구별돼야 한다.


'인간 본성'은 배고픔, 노여움, 슬픔, 기쁨, 사랑 등을 느낄 수 있는 인간 본질에 기인되는 것으로,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인 성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며 표출시키느냐 하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한 개인의 '성격'은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개인 한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다. 개인의 성격을 구성하는 특성들은 얼마간 타고나는 것이며, 동시에 이는 개인의 독자적인 경험에 영향을 받아 수정되고 학습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 본성과 문화의 사이를 가르는 경계' 그리고 '문화와 성격의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가 애매모호한 편이라, 그 사이를 명확하고 선명하게 가르고 구분짓는 경계선이나 구분점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분분하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세계적으로 큰 시상식에서 호명되는 기쁨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감격스럽다. 그런데 어떤 수상자는 웃고, 어떤 수상자는 운다. 매우 기쁜 상황에서 크게 웃는 모습 펑펑 우는 모습 매우 대비된다. 같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상반된 모습에,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의아함에 빠지기도 한다.


"왜 울죠? 기분 좋고 기쁜 일이 왜 울 일인가요?
"아마 감격스러워서 일 겁니다."
"근데, 웃어야 할 좋은 일인데도 우니까 신기하네요."


서양 문화권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종종 나왔던 얘기로 기억된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적어도 우리네들에겐 더한 감격이나 감동으로 전해지지만, 서양사람에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보인다. 우리의 '정서문화'(情緖文化)에 대한 이해부족하면, 기쁠 때 흘리는 우리네 눈물 공감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기쁨은 인간 본성에 기인하지만, 이에 대한 표현방식은 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는 특정 사회 속에서 살면서 배워온 어떤 형태의 생각이나 느낌, 잠재적인 행동양식에 입각해서 표출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정규분포곡선


문화를 한 사회의 가치관에 기초한 집단적 정신 프로그램이라 볼 때, 이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는 '공통된 인식 준거의 틀’ 혹은 ‘사고방식과 태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준거의 틀'은 한 사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 사회에서 이른바 ‘정상적’ 혹은 '보편적' 행위 하게 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나 해석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사회를 유지, 계승, 발전시키게끔 한다. 따라서 사회는 제각기 다른 준거의 틀을 가지게 된다.


이렇듯 한 사회 속의 문화는 어떤 하나의 ‘정규분포곡선’을 가정할 수 있으며, 국가 간 '문화차이'란 이러한 분포곡선의 국가 간 '평균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폰스 트롬프나르스'(Fons Trompenaars)와 '찰스 햄프든터너'(Charles Hampden-Turner) 등을 비롯하여 여러 학자들이 얘기하고 있다.

'문화 차이'를 나타내는 정규분포곡선 '예'

예를 들어,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를 살펴볼 때 한국인 중엔 미국인 보다 더 개인주의 문화에 속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미국인 중에는 한국인 보다 더 집단주의 문화에 속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논의의 초점이 되는 '문화차이'란 한 문화가 갖는 일반적 경향과 그 일반적 경향의 국가 간 차이를 일컫는 것이지, 개체의 특수한 차이에 관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 문화권에 속한 사회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준거의 틀' 자체가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갖는 '준거의 틀'과 그 차이가 현저할 경우, 개인 행위자는 이러한 외국 현지에서 '문화충격'(culture shock)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심한 괴리감으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마음에 충격을 얻게 되는 셈이다.




문화는 가치지향에 따른 문제해결 방식


인류학자 '클라이드 클럭혼'(Clyde Kluckhohn)의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한, '플로렌스 클럭혼'(Florence R. Kluckhohn)과 '프레드 스트로트벡'(Fred L. Strodtbeck)은 문화 '가치지향(value-orientation)에 따른 문제해결방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모든 인간은 피할 수 없는 공통된 인간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 모색하게 된다. 이에 각 사회는 해당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서 선호되는 문제해결방식을 갖게되는데, 이 방식에는 사회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나의 문화집단 구성원들사회화과정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동일한 가치지향성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과 다르게 구별되는 셈이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해석과 그 중요도에 대한 가중치 등이 사회마다 차이가 있어서, 저마다 선호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문화란 가치지향에 따른 문제해결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각기 문화권마다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인식되고 선호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차이 존재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들의 외양적 모습들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서로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다. 경영학자 '슈나이더'(S. C. Schneider)와 '바르수'(J.-L. Barsoux)는 이런 양상을 “라코스떼 티셔츠에 리바이스 청바지, 아디다스 운동화에 스워치 손목시계를 차고, 맥도널드에서 먹고 하이네켄 맥주를 마시면서 삼성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씨엔엔 뉴스를 보고, 그리고 가라오케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수렴화되어 가는 우리들의 외재적 모습들도처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는 물위에 떠 있는 빙산과도 같아서,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 밑에 감추어져 있다. 겉모습이 점점 닮아 가면 갈수록, 문화가 갖는 가치들은 더욱더 깊숙이 안으로 숨겨져 더욱더 찾아내기 어려워져 간다. 문화적 가치아주 더디게 변화될뿐더러, 스스로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 문화다. 이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한 사회가 다른 사회와 구분될 수 있다'는 문화의 개념적 정의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치학자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이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탈냉전 시대에 사람과 사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념이나 정치, 경제가 아니라 '문화'라고 한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더욱이 문화 간 교류와 소통이 예전보다 활발해지는 요즘이다. 경영학자 '애들러'(Nancy J. Adler) 교수가 기술한 “같음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다름을 가정하라”는 조언에 귀 기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호프스테더(Hofstede)에 의해 인용되면서 경영학 분야에서 더 유명해진 '파스칼'(Blaise Pascal)의 <팡세(Pensées)>에 나오는 "피레네산맥 이 쪽에서의 '참'이, 저 쪽에 가면 '잘못'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글귀가 지구촌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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