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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코치 Aug 04. 2024

14. 인생의 하프타임

<제3부> 그래, 진정한 인생은 후반전부터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다니고 있는 직장과 그 직장생활이 한 개인의 인생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나처럼 한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직장에서 보내다 보면 더욱 그 생각이 확고했던 것 같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인생에 남는 뚜렷한 족적(足跡)은, 물론 가족도 있지만, 직장생활과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 과의 기억뿐이라 생각했었고, 은퇴 후에는 그냥 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나이가 든 그 어느 시점을 향해 서서히 ‘페이드아웃(Fade Out)’하는 것 아닌가 막연히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조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힘 없이 ‘페이드아웃’ 되는 시간이 아닐 수도 있을 만큼 충분히 길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인생의 하프타임’이라 부르기로 했다.


우리가 즐겨 보는 축구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나면 하프타임이 있다. 하프타임에는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복장을 편히 하고, 물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감독이나 코치는 전반전을 되짚어 보고, 후반전에서 고쳐야 할 점 및 새로운 작전 지시 등을 한다. 그 과정에 때로는 고성과 질책이 오가기도 하고, 칭찬과 격려, 파이팅이 울려 퍼지기도 한다. 물론 평소 축적된 훈련량과 체력이 좌우하는 면이 크겠지만,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고 나오는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후반전 경기가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생의 이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나의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열심히 달려온 전반전과 연결되어, 짜임새 있고 결과까지 좋은 한 편의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고, 전반전에서 많이 아쉽고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내 인생의 역전골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루틴을 회복하고,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해 충분한 의미까지 찾고 나니, 퇴직 후 하루하루가 행복해지고 의욕이 솟는 느낌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느낀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 말이었지만 이젠 이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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