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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코치 Aug 11. 2024

15.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우선

<제3부> 그래, 진정한 인생은 후반전부터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거나 회사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아니 이제는 상식의 수준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현금흐름(Cash Flow)’에 대해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재무제표(財務諸表, Financial Statement)’라 하여 그 기업의 상황을 재무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문서들을 생성하는데, ‘현금흐름표(Cash Flow Statement)’도 그중 중요한 하나이다. 


기업 경영을 재무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면, 특정 시점에서의 회사의 자산, 부채, 자본 상태(재무상태표 혹은 대차대조표)도 중요하고, 일정기간 경영 및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의 이익을 창출(손익계산서) 하였는 지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야 하는 기업활동에서는 ‘현금흐름’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에서 ‘현금흐름’은 ‘사람’과 함께 막힘이 없이 순환되어야 하는 ‘피, 혈액’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돈맥경화’라는 말을 가끔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돈’,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가계 및 기업,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리 인생도 이와 이치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하신 분들은 일찍이 이 ‘돈맥경화’ 때문에 이미 힘든 시간을 보내신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나처럼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인해 큰 ‘돈맥경화’ 없이 그럭저럭 인생을 살아왔고, 가계를 꾸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 친한 동료들끼리 가끔 농담으로 주고받던 말이 있었다. “이 월급이란 것이 한 달짜리 생명수(生命水) 같아. 숨이 턱에 차서 허덕허덕 할 때쯤이면 기가막히게 또 한달짜리 생명연장의 에너지를 넣어주거든...그리고는 한 달을 버티고, 또 반복하고…” 월급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것이다.


무려 28년을 그렇게 살아왔었는데…
 
이제는 고정적인 월급이 아니라 운이 좋아야 비 정기적인 소득을 발생시키면서 남은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니, 겁부터 덜컥 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퇴직 후 몇 차례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용어를 배우게 되었다.
 
소득의 크레바스
 
‘크레바스(crevasse)’는 다들 아시듯, 히말라야와 같은 빙설로 싸인 산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사이의 구덩이를 말하는 것으로, ‘소득의 크레바스’는 퇴직 후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 이전까지 소득이 전무한 시기를 빗대어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선, 나의 남은 인생에서의 ‘현금흐름’을 정리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들어오는 돈은 불규칙적일 수밖에 없으나, 자녀문제, 노후생활, 세금문제 등으로 나가야 하는 돈은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도 알뜰한 아내덕에 오랜 시간 유지해 온 개인연금 3개와 퇴직연금을 대략 만 60세 이후 수령하는 것으로 설계하고, 만 65세 이후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하여 표를 만들어보니 대략 미래의 현금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소위 ‘소득의 크레바스’에 빠진 60세까지의 대략 5년 정도의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경험이었지만, 교육을 받은 덕에 알게 되어 직접 해보고 나니 막연했던 불안감이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바뀌게 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짧게 당부드리자면, 아직 현직에 계신 분들은 미래의 연금을 미리 준비하시기 바란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받게 되실 ‘퇴직금’도 가급적 연금으로 수령하시길 권유드린다. 일시금으로 받게 되면 높은 세율의 퇴직소득세를 내야 되지만, 연금으로 받게 될 경우에는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를 내면 되고, 미래의 불안정한 현금흐름에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사항은 각자 상황에 맞춰 공부하고 찾아보시기 바란다.


나이 들어 “동맥경화”와 “돈맥경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우리 인생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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