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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을에 씨 뿌리는 사람

by 최코치


晩學徒의 삶, 새로운 인생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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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나의 또 하나의 정체성은 ‘대학원생’이다. 이미 인생 후반전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정체성으로 ‘전문코치(*)’를 선택하여 착실히 필요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나에게, 좀 더 넓고 깊은 학문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길이자, 새로운 인생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준 곳이 대학원이다. 선택한 전공도 ‘리더십과 코칭’이다.

(*)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 KAC(Korea Associate Coach)이며, KPC(Korea Professional Coach) 자격취득 준비 중이다.


대학원은 매주 토요일 수업을 한다. 직장인들을 위한 배려로 주말수업을 한다. 같은 기수에 모인 29명은 이제 두 달여가 지나고 나니, 제법 친해졌다. 평균연령이 50대란다. 90% 정도가 아직 현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며, 나처럼 이미 초보 코치 자격을 취득하고 입학한 분들이 10명이나 된다. 매주 이 분들을 만날 생각에 일주일이 금방 간다. 참 신기한 일이다. 지난 30년 지겹도록 유지해 온 ‘사회적 관계’에 넌더리가 난 나에게 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회사원, 약사, 퇴직자, 군인 등 직업이나 배경도 다양하다. 특히, 대대장, 상사 두 명의 현역 군인과 같이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군대의 변화된 모습도 많이 듣게 되어 놀라는 일이 많기도 했다. 왜 이들과 같이 공부하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일이 되었을까?


우선, 각자의 배경이 다양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모인 점이다. ‘전문코치’로서의 학문적 소양을 쌓고, 자격취득을 위한 과정을 같이하고자 하는 목표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해 주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 다음으로는,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철저하게 과거 학생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무의식'을 경험하게 되는 점이다.


심리학자 헤이즐 마커스(Hazel Rose Markus, 스탠퍼드대학교)와 시노부 기타야마(Shinobu Kitayama, 미시간대학교)는 ‘나와 타인의 관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독립적인 나’와 ‘다른 사람과 상호 의존적인 나’라고 하였다. 아마도, 지난 직장에서의 지나칠 정도로 ‘다른 사람과 상호 의존적인 나’에 지쳐 있던 나에게 비교적 ‘다른 사람으로부터 독립적인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것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가을에 뿌리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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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가을 무렵에 들어서 다시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있다. 내 인생 후반전에 거두어들일 결실의 씨앗이다. ‘코칭’을 배우며 늘 ‘성찰’을 몸에 체화(體化)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코칭의 고객이 성찰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가질 수 있도록,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치의 임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치 자신 또한 늘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마음에 새기는 것이 바로 성찰이다. 지금 뿌리는 이 씨앗이 겨우내 성장통을 거치면서, 다시 봄이 찾아올 무렵 만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찾아보니, 가을에 씨를 뿌리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밀, 보리, 마늘, 양파, 시금치, 무, 당근… 하나같이 몸에 좋은 것들이다. 나도 외롭지 않게 이 가을에 몸에 좋은 씨앗을 마음껏 뿌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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