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서운 '요즘 것들' : 2000년생이 온다
이사님의 긴급 지시로 주간 리서치 상황을 보고해야 했어요. 다음 날까지 PPT 4페이지를 작성해야 했죠. 그래서 주간 리서치를 담당하는 신입사원에게 다음 날 오전까지 추가 업무를 지시했습니다. 정기적인 업무는 아니었습니다만, 그 친구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자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팀장님, 4페이지니까 2페이지는 팀장님이 하시고, 1페이지씩을 저랑 제 옆 동기가 진행을 하면 좋겠습니다. 긴급 업무인 만큼 월급에 비례해서 일을 나눠 진행하면 빨리 처리가 가능할 것 같아요.”...
- 임홍택, [2000년생이 온다] 中
임홍택 :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해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이 내용이 담긴 <90년생이 온다, 2018>로 유명해진 작가이다.
작년 말, 코칭을 마무리한 C팀장님의 이야기다.
우선, C팀장님은 첫 만남에서 인물이 훤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깨끗한 피부며, 큰 눈, 오뚝한 콧대 등 남자가 봐도 '아, 잘 생겼다...'는 느낌이 바로 들 정도였다. 첫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팀장 1년 차이지만, 팀원 때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소위 '스타플레이어'였고, 그 덕에 팀장 승진도 1~2년 빠른 편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팀원들에 대해서는 본인이 소상하게 파악을 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1:1 미팅을 통해 면담도 꾸준히 한다고 했다. 팀원 대부분이 맡은 바 역할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 주고 있다고 했다.
코칭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 볼지 좁혀가다 보니, '팀으로 일하게 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팀장님의 원하는 코칭 주제였다. 그러나, 이후 들려준 그의 이야기는 나를 조금씩 놀라게 했다. C팀장님은 자신이 과거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이 회사에 나오는 것부터, 또 나와서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팀원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도 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적으로도 일을 시킬 때, 방향성에서부터 접근해야 하는 방법까지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정기적으로 1:1 면담을 통해 팀원별로 어떤 상황인지를 확인하는데, 대부분 큰 문제없이 만족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연말이다 보니 얼마 전, 평가가 시작되고 다양한 평가 면담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요즘 많은 회사들이 리더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C팀장님 또한 그 평가 결과를 받아 본 것이다. 결과를 받아 본 C팀장님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팀원들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훨씬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업무지시가 보다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있어 평소 과하리 만큼 친절히 설명했던 C팀장님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요즘 것들'
우리가 흔히 '의사소통을 한다', '소통이 원활하다'는 표현을 할 때, 잘 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말을 평소에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의사소통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intention)와 듣는 사람의 인지(perception)가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늘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을 통해 상대방은 정확히 이해할 것이라 가정을 하는 것이다. 매우 잘 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부간에, 지인들 간에 말다툼을 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참 언쟁을 벌인 후 화해의 무드에서 항상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라, 이런 거였어..."
C팀장님은 평소 본인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말을 했고, 전혀 상대의 인지(perception)를 고려하지 않은 '본인의 말'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만난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책임을 지겠다는 접근 또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한다면, 과하게 선을 넘은 행위였던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C팀장님은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나의 기대치를 전달하고, 실행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기대치를 확인하고 이를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의 소통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를 알려고 노력하고,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요즘 어른들은 '츤데레', '밀당의 천재'가 되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발등에 떨어졌다.
#츤데레 #임홍택 #2000년생이온다 #요즘것들 #코칭 #다면평가 #의사소통 #리더 #의도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