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 '요즘 것들(?)' 다루기 (3)

by 최코치
알파세대, 너희는 또 누구냐?

'MZ세대'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그 범위가 너무 넓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M'과 'Z'를 분리하여 구분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그런데, 또 최근에 '알파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하여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대략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처음으로 완전한 '21세기 출생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였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구절벽'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 출생한 세대라 앞선 MZ세대와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런저런 연구결과나 리포트,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들을 설명하고 규정하는 내용들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X세대' 부모


서태지.jpg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나는 1970년생, 소위 'X세대'의 원조격에 속하는 세대이다.


나의 앞선 세대, 내가 회사를 다니며 가깝게 상사로 모셨던 거의 모든 분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한다. 베이비부머라는 용어는 세계사에서도,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도 전후(戰後) 인구가 팽창하던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것으로, 인구학(Demography)적 관점에서 의미를 가지는 용어이지, 이들이 특별한 세대적 특징을 보이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둔 용어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속한 X세대는 아마도 처음으로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동질의 특징을 가진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학 1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시기에, 강남을 중심으로 '오렌지족'이 등장했었고, 제대할 무렵에는 드디어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촌의 '락(Rock) 카페'를 중심으로 힙합(hip hop) 음악과 이들이 즐겨 입는 힙합 패션은 젊음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허리 아래 한참을 내려가 겨우 걸려 있는 길고 통 넓은 청바지와 마치 뒤집어쓴(?)듯한 느낌의 박시(boxy)한 상의, 치렁치렁한 액세서리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이후, 내가 회사에 입사했던 1990년대 중반, 내로라하는 기업 연구소들은 본격적으로 'X세대의 특징'에 대한 리포트를 쏟아 내고 있었다. 소위 '다른 인간들'이라는 평가도 있었던 것 같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요즘 것들(?)'로 한 때 취급받았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최근의 MZ세대와는 많이 달랐다. 처음으로 '개성(個性)'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 外, 집단적 특징이라 일컬을 만한 공통의 특질을 드러낸 것은 마땅하게 없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표현해 보자면, 앞선 세대와는 조금 다르게 약간의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정도라 그럴까? 그것을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표출하였을 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집단에 조화되고 순응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미덕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며 살았다.




요즘 것들(?) : "가까이 오지 마세요~!"

MZ세대.jpg
알파세대 1.jpg


이에 반해, 소위 요즘 것들(?)은 확연히 다르다. 자신들이 발 디디고 서 있는 공간이 명확하고 뚜렷하다. 그래서 이 공간을 침입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존재하는데, 대략 두 가지의 중요한 원인을 지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이들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부족한 것이 없이, 많지 않은 형제자매의 환경하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세대이다. 이로 인해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높고, 자기 자아에 대한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 '3포 세대', 'N포 세대'라 불리는 것처럼, 저성장의 경제, 높은 집값과 물가 등으로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기 것에 대한 보호본능과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장, 자신의 발전 등의 화두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Z세대 후반부에 속하며 어쩌면 알파세대의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는 세대라 볼 수 있겠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나의 사랑 방식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었다. 언제나 자유로운 스킨십이 가능했고, 아이들의 모든 문제에 '전지적(全知的) 존재'로서의 아빠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가며 모든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나는 당황스러운 시간의 연속이다. 어디까지를 믿고 맡길 것이며,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의 정리도 되어 있지 못하고, 아직도 딸들과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벼운 스킨십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제일 자주 듣는 말이 "Stop!~", "Too Much!"이다 보니,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는, 혼자만의 소외됨의 터널에 갇혀 있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코칭을 공부하고 있고, 자녀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보기 때문에, 머리로는 전문가인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은 여전히 갈등의 터널에 갇혀 있으니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아니면 '많은 분이 비슷한가?'라는 질문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최근 나에게 멘토코칭을 해주고 계신 S 코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따님을 키우는 과정에 늘 엄마로서, 선배로서 많은 대안과 옵션을 제공을 하였지만, 마지막 결정은 따님이 직접 하도록 했고, 늘 '나의 걸작품(Masterpiece)'라는 칭찬을 달고 사셨다고 한다. 그 따님은 지금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의 딸들아~, 아니 나의 걸작품들아~, 아빠가 이제는 너희를 놓아주려 한다~!"




#츤데레 #알파세대 #MZ세대 #X세대 #베이부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7. '요즘 것들(?)' 다루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