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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코칭이 가져다주는 작은 기쁨

by 최코치
코치님 A입니다.

"코치님, A입니다. 저 기억하시겠어요? 지난번에 현실감각 없는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았던... 코치님의 코칭 덕분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취업의 문을 두드려 드디어 OO대기업 총무팀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서울에서 출근 예정입니다. 지난 코칭 시간은 작년 한 해 저에게 있었던 일들 중 가장 잊히지 않는 일 중 하나이고요, 오래 마음에 간직하고픈 일입니다. 코치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지하철을 내려 집으로 종종걸음을 하던 중 핸드폰에 날아든 문자 한 통이다.


전화번호가 아직 저장이 되어 있고, 5번의 코칭을 했던 대학생이라 금방 누군지 알아차렸고, 추위에 오그라 든 몸이 순간 따뜻한 온기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기억을 떠 올려 보니, '참 힘들었던 코칭이었다'는 생각이 먼저 떠 올랐다. 나는 HR임원으로 취업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경험에 기반하여 이 대학생의 취업에 대한 코칭을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었다. 왜냐하면, 우선 지방대의 행정학과, 낮은 학점, 경영학 근처에는 얼씬 거리지도 않은 과거 행적들, 입만 열면 이상적인 이야기로 일관하는 부족한 현실 감각 등... 참... 취업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 같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물론, '정의(正義)'라는 명제를 논하기 전에, 눈앞에 펼쳐져 있는 우리의 '취업 현실'을 기준으로 할 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5회의 코칭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친구의 똘망한 눈 빛이었다. 이 눈 빛은 나를 외면하지 못하게 붙잡았었고,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지적들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또 무엇인가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열정과 진실함을 대변해 주는 눈 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 또한 처음 만난 타지의 학생이었지만, 진심으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이로 인해 코칭 반, 멘토링 반을 섞어 그 친구의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알려주고, 조언해 주고, 스스로 깨닫게 해 주려 노력했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지만... 5회의 코칭이 끝나고도 나는 이 친구의 취업에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렇게 좋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알려온 것이다. '진실한 열정'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세상의 어려움은 없는 가 보다.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그 학생에게 보내고 싶다. 그리고, 잊지 않고 이렇게 고마움을 전해 온 것은 나를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들어 줄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이 된다.


'앞으로 어떤 힘든 코칭의 순간에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리라...'




코치님 저 기억하세요?

"코치님~ 저 기억하세요? B예요... 지난여름 코치님께 코칭받았던... 저 이번에 OO컨설팅펌에 ESG컨설턴트로 합격해서 출근하게 되었어요. 코치님께서 잘 코칭해 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ㅎㅎ..."


코칭 일정이 있어 삼성동 퇴임 임원 사무실로 출근하던 도중 받은 문자 한 통이다.


지난여름 이 학생과의 5회에 걸친 코칭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누구보다도 기억이 선명한 친구이다. 왜냐하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특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었고, 그 배경이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친구인데, 처음에 내가 알지 못하고 아버지의 영향을 질문하는 과정에 울음을 터뜨렸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란 단어를 듣자 여리고 착한 이 학생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코칭에서 배운 바로는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면 올바른 코칭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나의 딸아이처럼 '측은지심'을 이입하여 코칭하려는 생각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워낙 영민하고 성실함이 몸에 밴 친구라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차곡차곡 잘 깨달아 가는 과정에 나도 열정을 다해 시간을 함께 했었다.


그런 나의 진심이 전달이 되었던 것인가?... 제법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나를 기억하고 이렇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온 것이다.


MZ세대니 뭐니 하며, 소위 '요즘 것들(?)'에 대해 투덜투덜하기 일쑤였던 나의 태도에 깊은 반성을 불러오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세대를 떠나, 서로를 향한 진심은 진심의 모습 그대로 잘 전달이 될 수 있고, 서로 이 마음을 고마워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 여대생으로부터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어른이라 다 어른이 아니다... 어른다워야 어른이지...' 앞으로 맘 속 깊이 새기고, 늘 잊지 않아야 할 경구(警句)가 될 것 같다.




#코칭 #취업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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