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사람이 평생 해야 할 일 중 가장 힘든 일!
지난 연말 우리 집 네 명의 가족 중 세 명이 기말시험을 봤다.
대학생 큰 딸, 고등학생 작은 딸, 그리고 늦깎이 대학원생 나...
나이 오십 중반에 시험을 보기 위해 암기를 해야 하는 혹독한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심지어 시험 직전 몇 일간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입시 재수생들과 함께 열공했다. 학창 시절 다녔던 독서실, 요즘 말로 스터디카페는 시설도 좋아졌고, 관리도 엄격한 것 같았다. 아들, 딸 또래의 학생들과 밤늦게 공부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많이 재미있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제법 복잡한 감정의 시간들이었다.
기말시험을 일주일 남기고 대학원 동기 29명의 단톡방은 불이 났다. 앞서 공부하고, 정리한 선각자들이 정리한 노트를 쾌척하기 시작하면서 단톡방의 분위기가 뜨거웠다. 선각자들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와 칭송 수사어구들로 약간은 낯 뜨거운 글들이 범람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거기다 새록새록 알게 된 정보들도 아낌없이 나누어 주기도 하고... 평균 연령 40대~50대의 만학도들이 펼쳐 내는 뜨거운 학업열기는 시험과는 또 다른 묘미를 만들어 내는 데 충분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다들 입을 모아 한 이야기가 웃프기도 하다.
"죽으라 입력은 했는데, 출력이 안되더라... 하하..."
사람의 암기, 기억 능력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뇌의 '해마(hippocampus)'의 위축에 따라 단기 기억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한다.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소위 '입력'은 엄청 했는데, '출력' 기능이 작동을 안 한다는 것이다.
만학(晩學)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매주 토요일 하루이긴 하지만, 다들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학기 15번의 토요일을 결석 없이 참석하는 것도 사실 쉽지가 않다. 하지만, 뒤늦은 코로나 환자 1명의 결석 외, 전원 한 번도 빠짐없이 출석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수업이라 힘들기도 할 텐데, 외관상 조는 사람도 하나 없다. 대학원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 보다, 교수님과 쌍방향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부끄러움도 없고, 뜨거운 학업 열정으로 그 쌍방향 소통 현장은 항상 뜨겁다. 나도 회사 회의 시간에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최근 수업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 겸 해서 술 한잔 하는 자리도 점점 잦아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나중에 코칭을 통해 펼치고 싶은 계획 등 열띤 토론의 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회사 회식은 소위 '일' 그 자체였지만, 이 술자리는 '자발적인 활동'의 자리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코칭은 많은 실습이 필요한데,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실습을 하는 과정에 개인적 문제와 내면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그 어떤 성격의 교류나 모임 보다 내적 친밀감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기 중에 금요일쯤 되면,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글이 단톡방에 자주 올라왔었다. 나도 글을 올리진 않았지만, 늘 금요일 저녁이 되면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작년 말 임원 퇴임 후, 그동안의 인간관계로부터 인생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맛본 나로서는 지금, 여기서 만난 이 인생 후반전 동료, 동지(同志)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큰 삶의 활력,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득, 옛날 기억이 떠 오른다. '실연(失戀)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경험의 경구(警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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