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에 찾아온 번아웃(Burnout)이란 불청객
요즈음 모든 게 힘들고 지친다. 아니, 솔직히 짜증이 난다. 얼마 전에는 입술이 심하게 부르텄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내 입 주변에 나타나는 '헤르페스'... 주변에서는 놀림 반, 걱정 반으로 한 마디씩 했다. "적당히 좀 하고 살지...", 그때마다 나의 궁색한 대답은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그 말이 맞네..."
성격 탓도 해보고, 쉬어야지..., 운동해야지... 등 온갖 핑곗거리를 갖다 붙여 보았지만, 마음속 한 구석 어딘가에 찜찜함이 남아 없어지지를 않는 느낌이 되고 계속되고 있다. 문득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하나..."번아웃이구나..." 오십 중반에 찾아온 '번아웃'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현직 시절, 쉼 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던 나에게 근접조차 못했던 '번아웃'이었고, 최근에도 간혹 대학생 코칭에서 '번아웃'이 온 학생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코칭을 해 주곤 했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된 것이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
'번아웃(Burnout)'은 사전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혹사로 인해 심리적, 생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로서 목표의식과 열정을 잃어버린 상태' 정도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좀 더 정확한 용어로는 '번아웃 증후군(Syndrome)'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난해 초, 갑작스러운 회사로부터의 해임 통보 후 걷잡을 수 없었던 방황의 시간을 빠르게 안정된 시간으로 되돌려 준 것이 바로 코칭이었다. "사람의 완전한 능력을 믿으라, 적극적으로 경청하라, 질문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라..." 배우는 것 하나하나가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라는 반성과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 삶에 활력이 생김을 느끼던 시간이었고, 인생 후반전 새로운 '업(業)'으로서 희망 또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 'KAC(Korea Associate Coach)'를 거쳐 'KPC(Korea Professional Coach)' 자격까지 취득하였고, 대학원은 2학기를 곧 마치게 된다.
하지만, 지난 KPC시험 준비기간부터 스멀스멀 찾아오기 시작한 코칭에 대한 피로감이 어느덧 크게 자리 잡게 됨에 따라 번아웃의 가장 큰 원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음 단계의 자격취득 목표, 쏟아지는 배워야 할 지식과 정보들, 쌓아도 쌓아도 계속 쌓아가야 하는 코칭시간들의 무게... 앞으로도 끊임없이 달려가야 할 시간들 앞에 지치고 주눅이 드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행복한 시간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살겠노라 마음먹었던 그 마음을 외면이라도 하듯, 다시 목표와 달성, 또 목표와 달성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쳇바퀴가 나에게 놓여 있음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완전히 그냥 즐기면서 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까?
대학원 동료들도 처음에는 오랜 직장에서 닳고 닳았던 느낌의 사람들과는 달리 순수하고 신선함이 좋았고, 한 목표를 바라보지만 조금은 느슨한 관계가 너무나도 좋았는데, 이제는 개인들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여나 구속이 생겨나면서 또 다른 피로감을 쌓아가고 있다.
내년이면 대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두 딸의 아버지가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또한 쉽지는 않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세금도 만만치 않고, 이래저래 지출은 피크(peak)를 찍으려 달려가고 있는데,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는 점점 색깔이 희미해져 가는 인생 후반전은 나 자신을 스스로 '녹슬어가는 ATM'과 같은 존재로 생각이 들 만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생 후반전의 재취업 시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래도 명색이 대기업 임원 출신인데 어디 일할 데 없겠나 싶은 자존감을 놓고 있지는 않지만, 툭하면 나이문제로 시비 걸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채용의 문을 견고하게 닫아버린 것 같아 현타만 반복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지금의 자존감을 계속 부여잡을 수 있을지 이제는 확신이 잘 들지 않는다.
중년의 번아웃은 탈출 방법이 없을까?
오십 중반에 찾아 온 번아웃은 갤럽이 제공하는 강점(Strength) 진단에서 '성취(Achiever)' 강점이 1위인 나에게 더 이상 목표를 세우지 못하도록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네이버니, 다음이니 온갖 기사들도 짜증을 더욱 부추기기만 한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점점 피곤해지고...
슬기로운 탈출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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