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球都) 부산, 그리고 나...
언제부터인지 나의 고향, 부산은 구도(球都)라고 불린다. 한국 야구의 중심지이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난히 강한 이유라 생각이 된다. 부산은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야구가 활성화되었으며, 대한민국 야구의 산실, 경남고와 부산고 등 야구 명문이 아직도 많은 미래의 스타들을 배출해 내고 있기도 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최근의 위상과 인기에 비교해 볼 때 그 출범이 순수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1982년 당시 전두환 정권의 소위 '3S(Sports, Screen, Sex)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야구는 올해로 약 4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43년이 지난 지금, 출범 당시의 회사와 팀명이 남아 있는 구단은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삼성라이온즈와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 2개 구단밖에 없다.
나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元年)의 롯데 자이언츠 어린이 회원 출신이다. 내가 다닌 SK그룹도 한 때 프로야구단을 운영하였으나, 나의 롯데 자이언츠의 팬심을 꺾을 수는 없었기에 43년 오직 롯데 팬 한 길을 걸어왔다. 회사 내 나와 동향(同鄕) 후배들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아서 우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사의 모든 요구사항은 따르겠습니다. 종교와 야구는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우리의 팬심을 드러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맥락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은 하나의 종교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의 우승 경험이 있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을 해 보지 못했고, 항상 하위권을 맴도는 팀 성적이 지속되었지만 팬 동원 숫자만큼은 늘 1~2위를 다투는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이었으며, 나 같은 골수팬들을 대량으로 보유한 '부심'으로 충만한 팀이기도 하다.
주식에서는 인생을, 야구에서는 리더십을...
물론, 야구 그 자체를 좋아하고,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는 골수팬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일종의 직업병이 표출되는 재미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 첫 출간 책에서 이야기 한 바 있긴 하지만, 주식을 하면서는 '돈의 흐름' 보다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많이 관찰하였던 것 같다. 하루하루의 주가의 흐름을 하나의 막대로 표시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연결하는 차트를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늘 먼저 나에게는 다가왔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멘토링이나 강의를 할 때, 이 주식의 차트를 활용하여 인생을 논한 경험이 많다. 단기적 희로애락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하나의 점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늘 멀리 보고, 목표를 원대하게 가지라 이야기하곤 했었다.
반면, 야구에서는 유난히 리더십을 관찰하고, 연구하게 되는 습관이 언젠가부터 생기게 되어 현재 리더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할 때, 야구에서의 리더십을 예로 많이 들고 있다.
만년 하위팀 롯데 자이언츠가 2025년 6월 말 현재 3위라는 성적으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를 커지게 해 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김태형 감독이라는 명장(名將)의 리더십이 핵심이라는 점은 야구를 아는 사람들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크게 구성원의 변화가 없는 팀을 어떻게 백업(Back up)의 백업의 백업들이 등장해도 한결같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조직이 변화하여 만들어질 수 있는 최고의 상태, 소위 '화수분(河水盆)'의 조직역량을 구축하는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하는 점은 조직의 리더십에 관심이 있거나, 실제 리더로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화수분 : 어원은 중국 황하(黃河)의 물을 담은 동이에서 유래(河水盆)하였으며, 전설에 따르면 진시황이 만리장성 축조 시 10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황하의 물을 퍼다 이 동이에 채웠다고 함. “그 물동이가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전해짐. 최근에는 어떤 자원이나 인재, 성과가 끊임없이 생산되거나 배출되는 곳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스포츠·교육·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긍정적인 상징임 (화수분).
팀 리더들과의 코칭 장면에서 많이 나오는 주제가 바로 "어떻게 하면 조직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어느 구성원에게 일을 맡겨도 제 몫을 해 내고, 모든 구성원들 스스로 이를 위해 늘 학습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 상상해 보라. 리더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이런 조직을 만들어 내는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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