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일류(一流) 선수는 아니었다...
최근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명장(名將)의 반열에 오르는 과거 선수 출신 리더들은 재미있게도 소위 일류(一流) 선수 출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불태운 주인공, 거스 히딩크 감독도 통산 16년의 선수 경력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베트남 국가대표를 이끌며 베트남의 히딩크가 되었던 박항서 감독도 작은 키였지만 '악바리'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근성 있는 선수로서 생활하였지만 우리 모두가 그를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고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도 스스로가 실패한 선수라 칭한다.
야구도 비슷하다. 2025년 6월 말 현재 프로야구 1~3위 팀의 감독들 모두 선수시절에는 늘 스타플레이어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들이다. LG의 염경엽 감독, 한화의 김경문 감독, 롯데의 김태형 감독이 그들이다. 세 감독 모두 감독시절 화려한 성과를 거둔 명장들이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찍으며 한국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장본이기도 하다.
반면,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국민 스타 칭호를 달고 다니던 선수들은 지도자로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도 못하고 중도에 경질되거나, 팬들의 질책에 시달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 그분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여 이즘에서 그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명장들의 리더십에는...
앞서 살펴본 화려하지 않은 선수 경력 출신 명장들에게는 어떤 리더십의 요소가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1. '공감(共感)의 능력'이다.
스포츠나 연예계, 일반 기업들에서도 소위 '스타플레이어'는 수적(數的)으로 소수이다. 대부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어렵고 힘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성공의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그 성공의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은 수수께끼를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남들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도 해 보지만 수수께끼는 현실이 되지 못하고, 수수께끼로만 세월을 삼켜가는 것이다.
이들 명장들은 이러한 대부분의 소위 '루저(Loser)'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읽고 있고, 읽어 낸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적시에 할 줄 안다. 그것들이 쌓여 이들 '루저(Loser)'들은 '위너(Winner)'가 되기 위한 동기부여가 한층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후, 단 한 번의 작은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되면 이들의 행보는 무서우리만큼 폭발력을 보여준다.
2.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과 소통 능력'이다.
리더가 구성원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을 할 수 있다면 다음은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이다.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소통을 잘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하면서, 그 '빈도(頻度)'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좋은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은 빈도의 변수가 아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말에 100% '의도(Intention)'가 포함되어 있다. 그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다. 반면, 듣는 사람은 자신의 '인지(Percetion)'를 통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바로 이 의도와 인지의 불일치 지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의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다투고 난 후 화해하는 시점에서 가장 먼저,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공감이 바탕이 되는 리더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읽어 내고, 적시에 할 줄 안다. 두 말은 결코 다른 말이 아니다. 선택하는 어휘나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게 안되니? 남들 다 하는데... 좀 잘해봐."가 아니라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아? 너도 잘할 수 있어."
결국 "잘하라,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위 두 말은 그 결과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확률이 크다.
3.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투명하고, 엄격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당시 이천수, 안정환 선수 등에게 보여 준 '신상필벌의 원칙'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히딩크 감독은 팀과 팀워크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 가차 없이 그 대가를 물었다.
롯데 김태형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소위 '몸값과 이름값' 있는 스타들에 대한 특별한 대우나 배려가 없다. 성적이 안따르는 경우, 팀에 방해가 실수가 있는 경우 등에는 가차 없이 2군으로 내려 보낸다. 반면, 2군에 있는 선수들도 태도나 성적이 뒷받침되는 경우에는 과감히 기용하여 기회를 제공한다. 이 부분은 이론적으로는 당연해 보이는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하루하루 성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프로 세계의 감독이 쉽사리 할 수 있는 결정과 행동은 아니다. 왜냐하면, 만에 하나 본인의 결정이 잘못된 결과로 돌아올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신상필벙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선입견이나 보이지 않는 힘의 방해 없이, 열심히 그리고 잘하면 공평하게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동기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기요인은 팀 전체에 "한 번 해보자~"는 '위너(Winner)로 가는 마인드셋'을 확산시켜 소위 '화수분'의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의 조직을 '화수분'으로...
스포츠 세계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조직에서 신임리더가 되었을 때의 설렘과 부담감, 그리고 책임감을 한 번 떠올려 보자. 나에게 분명한 생각과 계획들이 있었음이 확실하다. 세월과 상황의 흐름에 잠시 잊어버리고 있을 뿐...
나의 조직이 '화수분'처럼 강력한 조직이 되어 있는 모습... 그렇게 힘든 일도, 그리 멀리 있는 일도 아닐 수 있다. 오늘부터 힘을 내 보자. 내가 '화수분'의 주인공이 되는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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