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백수가 과로사(過勞死) 하다 (2)

by 최코치
꿀 맛 같은 휴식...

대학원 2학기가 끝이 났다. 평일 나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던 코칭 일정도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섰다. 몇 군데 진행하던 취업도 비록 결과가 좋진 않지만 어쨌든 일단락이 되어 버렸다. 이 모든 일들의 결과로, 조기졸업을 위해 신청한 여름 계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약 2주간의 휴식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우선, 매일같이 출근하던 퇴임임원 사무실을 예약하지 않았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그리고는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초여름의 강릉 바닷가...

우선 아내와 함께 짐을 챙겨 강릉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 고2 작은 아이 때문에 아내는 아직 자유로운 일정이 불가능한 탓에 생각해 보니 둘이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온 게 한참이 지난 것 같았다.


평일의 광주-원주 고속도로(제2 영동고속도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주행 편의 기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탁 트인 도로와 시야를 제공해 주었다. 경유지로 들린 평창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과 맑은 계곡은 그동안의 지친 몸과 마음을 한 번에 씻어 내리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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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대관령 부근에서 우연히 들렀던 식당의 감자전과 도토리묵은 '뜻하지 않은 횡재'처럼 맛과 양으로 우리를 충분히 즐겁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저녁 경포대 해변 횟집에서의 둘만의 데이트, 그리고 해변을 따라 놓아 진 둘레길을 거닐며 바라본 일몰은 당분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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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기들의 브로맨스 여행...

아내와 강릉을 다녀온 바로 뒷날, 대학원 동기 두 명과 강화도로 떠났다. 두 사람 모두 은퇴자들로 평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이기에 비교적 생각이 잘 통하는 편에 속하는 이들이다. 이곳은 내가 두 번 다녀온 곳이라 내가 예약을 하고, 안내를 맡았다. 강릉은 일출이 유명하다면 여기 강화도는 '일몰 맛집'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두 명중 한 명이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셋이서 추진해 오고 있는데, 이제 막바지에 달해 곧 결실을 맺기 직전에 있다. 오후에 만나 저녁 늦게까지 술자리로 이어지는 토론과 회의는 다시 과거 현직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튿날 비록 입구까지만 갔지만, 옛날 젊은 시절 올랐던 마니산 트래킹도 이번 여행의 백미(白眉)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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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最愛), 홀로 여행...


주말을 쉬고, 또 혼자만의 여행을 나섰다. 이번엔 포천에서의 글랭핑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홀로 여행'이다. 이즈음에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지면(紙面)에서 표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작년 퇴임 이후, 마음을 잡기 위해 떠난 홀로 여행...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오랜 기간 고민해 온 그 답을 홀로 여행에서 비로소 찾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틈만 나면 짧게라도 길을 떠나는데, 이것은 아내의 응원과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이제는 허락받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수월해진 것 같다. 이번 여행을 출발할 때도 약간의 반찬과 먹을 것을 챙겨 주는 세심함까지 보여주었다. "여보~ 고마워~"


사실, 홀로 여행에서 나는 별 다른 것을 하지 않는다. 맛있게 한 끼 한 끼 챙겨 먹는 것 이외에는 주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브런치 스토리 같은 글을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원래가 내향형인 데다 '관광' 보다는 '진정한 쉼의 여행'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와서 쓰면 글도 술술 잘 써지는 것 같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진 '정서적 고조의 상태'에서 노트북 위 내 손가락은 마치 피아니스트가 건반 위 손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과 흡사하다. '행복이 별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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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힘을 내자...


목적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삼십 년을 한 방향을 향해 달려온 기관차가 멈춰 섰던 작년 초... 기관차에는 연료가 아직 충분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힘에 의해 달리던 철길이 끊어져 그 달림을 멈춰야 했던 시간...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도로를 찾아 자동차인양 일 년 반을 또 달리던 나는 얼마 전 드디어 연료가 떨어져 멈춰 섰었다. '번아웃...' 길지 않았지만, 자동차를 세우고 잠시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채워서.


이제 다시 힘이 나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이제는 '달림'도 '쉼'이라는 정류장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쉼, 여유, 그리고 전진...' 이제 내가 지켜가야 할 인생 후반전의 모토(mott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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