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불행은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국내 여성독자들에게 꽤나 많이 읽힌 책이다.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의 작가 김혜남... 그녀는 원래 정신과 의사이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舊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이후 인제대, 경희대, 성균관대 의대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하였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하여 운영하였다.
결혼 후,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와중에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억척같았던 시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개원(開院)하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43세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투병을 시작하였다.
파킨슨병은 알려진 대로 완치가 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으로 점점 운동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발병 이전 몇 권의 책을 발간하긴 했지만, 이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투병의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던 책이다. 점점 운동기능을 잃어가고, 굳어가는 팔다리를 약 복용과 쉼을 반복하며 처절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 운동치료 外 심리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김혜남 작가는 책을 쓰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을 '새로운 시작'으로 의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집필과 출간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녀가 제안하는 귀중한 가르침...
1. 인생을 과제처럼 살지 말자
성취와 완벽을 추구하며 ‘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는 병을 통해 비로소 삶의 속도를 줄이고,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컬럼비아 대학교 토리 히긴스 교수의 세 가지 자아 중 '당위적 자아'... 나의
지난 인생은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차고도 넘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
로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늘 에너지가 넘치긴 했지만, 사람의 몸인지라 42세의 나이
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5년간 치료를 받는 인생의 훈장도 달았었다. 하지만, 불안한 것은 지금 현재도 나
의 삶이 과제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진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인간관계, 일, 욕망… 모든 것이 다 소중하지만, 집착은 삶을 무겁게 만든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첫째 아이가 어릴 적이다. 월급이 적지 않음에도, 우리 씀씀이가 결코 헤픔이 없음에도 늘 빠듯한 한 달 살
림살이를 보면서 그랬었다... 월급에 '0' 하나만 더 붙으면 원이 없을 텐데... 임원 하면서 제법 큰돈을 월급
으로 받으면서는 어땠을까? 세월이 지난 만큼 씀씀이의 필요처가 더욱 많아지고 커져서 실제로는 옛날 기
억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역시 물질적 충족은 끝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것이다.
최근에도 학원비를 엄청 쓰는데도 둘째 아이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때면 아내는 혼잣말로 그런다... "그냥 즐
기면서 살자~"
3.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다짐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구체적으
로 제안한다.
'나는 지금 내 삶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텐데 얼마나 후회 없
이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부끄럽고 얼굴이 뜨거워진다.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생각으로 지금 이 순
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아직 '뜨거운 맛'을 보지 않아서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
까?'... 정말 진심으로 곱씹어 볼 필요가 느껴지는 것 같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이 대목에서 떠 오른다. 스피노자가 한 말이라는 정확한 출처는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쨌든 그의 사상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말에서 "현재의 불확실성과 무상함 앞에서도 현재의 삶을 이성적으로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작가 김혜남과 스피노자의 동일한 가르침 속에서 오늘 나는 문득,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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