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성격이라고 아이를 단정 지으며, 투덜투덜 대던 내 모습이 보인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첫째 아이가 내 마음을 피곤하게 한다.
일일이 다 설명해 주기도 가끔은 버겁다.
내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엄마 표정이 왜 그래?"
"엄마 무슨 일 있어?"
"엄마 화났어?"
그냥 엄마 표정에 무관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마음 들키는 것 같아 알아본 아이가 괜히 얄밉다.
그렇게도 티가 나나?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아이가 몰라줬음 하는 표정들이 있다.
특히 지치고, 힘들고, 화가 났을 때 말이다.
엄마가 너 때문에 화가 났어 근데 티 내고 싶지는 않아, 왜냐하면 말이야...
네가 화나게 했던 행동은 없었거든 근데 엄마는 마음이 화가 났어.
근데, 그걸 왜 알아봐 주니? 모른 척 좀 해 주지. 하며 혼자 속으로 말해본다.
아직 네다섯 살 된 꼬마 아이에게 그런 말 할 용기도 없는 소심한 엄마다.
엄마도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24시간 가정 보육하며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오롯이 내 시간이 없다는 거다. 그때는 새벽 기상이라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4시간 아이 돌보고 새벽에도 가끔 깨는 육아의 일상에서 잠은 어떻게 해서든 더 잘 수만 있다면 더 자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내 표정 하나 숨기지 못하는 이 시간을 견뎌낼 때면, 짜증이 밀려와 책을 꺼낸다.
책에 눈을 대고 있으면 무표정해도 되니까. 육아하며 꺼내 읽던 책이 나를 살려 주었다.
한 권 두 권 읽으며 육아의 벗이 되어 준 독서가 오늘따라 더 고맙다.
이런 소소한 생활들이 모여 어느새 두 아이는 긴 가정보육의 시간을 보내고, 둘째까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때 그렇게도 내 얼굴 표정 변화에 민감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어떤가? 여전하다. 그 기질 어디 가나...
아이의 그 세심함을 고마움으로 느끼지 못하며 투덜거리던 시절을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엄마 표정 보면 지금 기분 나쁜 거 안보이니? 하며 가끔 쏘아붙일 때도 있는 나. 변덕쟁이 엄마다.
여전히 엄마를 세심히 바라보는 아이.
그 와중에 엄마 마음도 알아 달라고 떼쓰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