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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009) 어머니의 두 손

by 우상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6학년 친구 중 조직에서 생활하는 형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결국 싸움이 터졌고 쉬는 시간에 시작된 싸움은 종이 치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전교생 모두가 우르르 나와서 구경을 했고 수업종이 쳐도 들어가지 않고 우리의 싸움을 구경했다. 결국 남자 선생님들이 나와서 싸움을 말렸고 싸움은 잠시 중단이 되었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나의 분노는 쉽게 식지 않았고 수업 중에 나와서 복도에 있던 밀대 막대기를 부수어 그것을 들고 그 친구가 있는 반으로 찾아가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수없이 내리쳤다. 그 사건이후로 어머니께서는 매일같이 학교에 찾아오셨고 나는 학교에서 가장 큰 문제아로 인식되었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께서 교무실에 오셨는데 퇴학을 알리는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비는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날 나는 4남매를 씩씩하게 키우시던 세상에서 가장 강하신 어머니께서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비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나는 분명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

어머니께서는 평소 하루에 두 번을 두 손을 모아 비셨다. 아침에 한번 저녁 잠들기 전 두 손을 모으고 아버지 영정사진을 쳐다보시고는 우리아이들 다치지 않고 착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어린아이마냥 대답도 없는 아버지께 소원을 비셨다. 아버지 앞에서만 두 손을 비비던 손이 막내아들의 퇴학을 막기 위해서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셨던 것이다. 그날 저녁 어머니도 형도 나를 혼내지 않았다. 그날만큼은 나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숨죽여 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방황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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