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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010) 나를 믿어준 첫 번째 선생님

by 우상권

긴 방황을 끝내고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노트에 필기하는 것이나 숙제를 하는 것이나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처음 입어보는 교복도 낯설었고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인내심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낯설고 어려웠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젊고 예쁜 영어 선생님이셨다. 영어 시간이 되면 본인의 반 학생이라 그런지 성의와 열정이 느껴질 정도로 농도 있게 수업을 진행하셨다. 그날이 11일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가 11번 이었기에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이 되었고 발표를 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탓인지 그날따라 발표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두렵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선생님께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들에게 칭찬의 박수를 유도하셨고 나는 그렇게 평생 처음으로 반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그날 집에 가기 전 나를 부르시고는 발표를 너무나 잘했다며 칭찬을 한 번 더 해주시고는 교실 맨 뒤에 벽보지에 영어 칸을 채워달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칭찬과 우리 반 대표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아직도 나의 마음속에는 그날 이지현 담임선생님께서 나의 두 눈을 깊숙이 바라보며 “잘했다”라는 그 말 한마디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나의 인생에 처음으로 심어진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몇 일 뒤 교실 벽보를 정성껏 채우고는 또 한 번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입학 후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 시험결과가 나왔고 난생처음으로 50명의 반 학생 중 3등을 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 그 믿음에 부응하고자 난생처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것도 잠시 어느 날 이지현 선생님께서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누가 보아도 많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나에게 질문 몇 가지를 하셨다. “방금 너가 다닌 학교의 6학년 때 담임이셨던 ○○○선생님을 만나고 왔어. 그 선생님 말씀으로는 너 가 이런저런 사건을 많이 일으킨 문제아였다고 하더라. 그게 사실이니?” 라고 물으셨다. 나는 더 이상 나의 과거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 “맞아요. 조금 억울한 면은 있지만,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에요.” 늘 그랬듯이 나의 주변에는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늘 문제아이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해져만 있었고 잠사나마 나를 믿어주신 지금 내 앞의 이지현 선생님 또한 내가 겪어왔던 수많은 선생님과 다를 바가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 숙여 있는 나를 선생님께서는 “상권아 나는 너를 믿어.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부터 잘 하면 되. 하지만 지금부터는 친구들과 절대 싸우지도 말고 나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도 않되. 너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날 선생님의 따뜻한 품과 좋은 사람에게만 날 듯한 향과 모든 것이 위로받는 듯 한 기분이었다. 그이후로 나는 이지현 선생님의 약속을 지켜냈다. 중학교에 입학 후에도 함께 어울리던 형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호출을 하였고 나쁜 심부름을 시키려 했다. 그때마다 몸으로 때우며 나쁜 심부름을 거절을 했고 거의 두 달 정도를 매일같이 온몸에 멍으로 가득 칠해져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가 재미가 없어서인지 그들도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이후로 더 이상 친구들과 주먹질하며 싸운 적이 단 한번 도 없었다. 그 시절 나에게 해준 단 한마디..“ 상권아 나는 너를 믿어.” 이한마디가 완전히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모든 선생님께 이야기 하고 싶다.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가르침은 그들을 믿어주고 귀한 존재임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선생님의 한마디가 그 누군가의 생명을 새롭게 하고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놀라운 기적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너무나 귀한 일을 하고 계신다고 전하고 싶다. 나를 믿어준 첫 번째 선생님 이지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말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저의 인생을 더욱 올바르게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그날의 그 눈빛과 그 따뜻한 말을 단 한번도 잊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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