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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011) 생애 첫 장사

by 우상권

중학교 3학년이면 치르는 시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연합고사라는 것이 있었는데 시험 성적에 따라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뉘어지게 되었고 지금의 대학입학 과정처럼 진학 원서를 내고 합격여부에 따라 진학 학교가 결정되었다. 연합고사를 치르고는 고등학교진학까지 겨울방학이 꾀나 길었다. 그 당시 학생들에게는 찹살떡을 파는 아르바이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때였다. 친구소개로 동네 골목안에 있는 전자수리점으로 들어갔다. 그곳 사장님께서 부업으로 찹살떡 납품을 하셨다. 찹살떡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원하는 개수를 주고 그것을 판매하면 한 통당 판매금액 3,000원중 1,400원은 판매하는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 1,600원은 본인이 가지셨다. 친구와 나는 첫날 10통을 요청해서 받아 왔고 그것을 들고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며 팔기 시작했다. 처음 방문한곳은 평소 내가 즐겨갔던 동네 문구점이었다.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이용했던 단골가게라 자신 있게 들어갔다.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한통을 사주셨고 수고하라고 등을 두들겨 주셨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미용실이었다. 바로 어저께 그곳에서 머리를 잘랐기에 또 한번 자신감을 가지고 미용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차여차 설명을 드리고 또한번 쉽게 판매에 성공을 했다. 그렇게 동네 단골집을 돌며 첫날은 너무나 수월하게 10통을 모두 팔았다. 신이나서 찹살떡 사장님께 찾아가 자랑을 하며 16,000월 드리고 나의 손에는 14,000원을 쥐고 나왔다. 너무나 신이 나서 그날은 과자를 잔뜩 사들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내막을 모르는 누나들과 형과 할아버지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둘째 날 자신감이 붙은 나로 써는 20통은 거뜬히 팔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장님께 조르고 졸라서 20통을 받아왔다. 또다시 동네단골집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둘째 날이 되니 모두가 하나같이 나의 방문을 불편해 했다.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매일같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곳만 이용을 했는데 나에게 이런 대접을 하다니..하며 푸념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갈수는 없기에 다른 동네로 찾아갔다. 마치 그곳의 단골인것처럼 생전 처음으로 가는 문구점에 문을 열고 들어가 “ 제가 여기 단골학생인데요 찹살떡 하나만 사주세요..” 라고 했다. 아저씨는 처음 보는 나를 갸우뚱거리며 한통을 마지못해 사주셨다. 그렇게 주변 온 동네를 다 돌아 겨우 전날과 같은 10통을 팔수가 있었다. 남은 열통을 가지고 찹살떡 사장님께 죄송하다며 반납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날 보다는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20통에 도전을 했다. 그날은 문구점에는 더 이상 나의 장사수완에 효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졌기에 조금 다른 곳을 방문하려고 둘러보았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모텔이 보였고 입구 카운터에 가서 찹살떡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생각보다 쉽게 그것도 흔쾌히 사주셨다. 그때 나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들었다. 모텔은 하루 종일 카운터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다 보니 입이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모텔만 돌아다녔다. 순식간에 20통을 다 팔았다. 1시간도 안되어 20통을 다 팔고 사장님께 달려가시니 나 같은 아이는 처음이라면서 칭찬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비장의 마음으로 친구 두 명을 데리고 같다. 친구에게 나랑 함께 따라다니면 1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 당시 1만원이면 돈까스를 10번이나 사먹을 수 있는 꾀나 큰돈이었다. 순진한 친구들은 진짜냐며 몇 번이나 의심에 찬 말투로 물었고 진짜라고 몇 번이나 확신에 찬 말투로 친구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리고 두 친구를 데리고 사장님께 찾아가서 50통을 달라고 했다. 우리 셋은 준비 해온 가방에 50통을 골고루 나누어 담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도를 보니 모텔이 가장 많은 곳이 동대구 버스 터미널 쪽 이었는데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올라탔다. 비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용사의 표정을 지으며 승리를 다짐했다. 드디어 동대구 터미널에 내려서 수많은 모텔 촌 거리에 입성했다. 딱 보아도 지나가는 사람중 중학생은 우리밖에는 없었다. 애써 담담한척을 하며 맨 앞장을 서서 걸었다. 그리고 첫 모텔에 들어가 가볍게 성공을 했다.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도 무난하게 판매를 했다. 판매 멘트도 업그레이드가 된 것을 사용했다. “ 중학교 졸업식 때 선생님께 선물을 해 드릴려고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찹쌀 떡 하나를 공짜로 시식해보시고 맛있으면 한통 구매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구매를 권유했다. 20통까지는 쉽게 판매가 되었고 거절하는 곳도 간간히 있었지만 그날은 대성공이었다. 3시간 만에 50통을 완판 시켰고 두 친구들에게 2만원을 주고도 나는 5만원을 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날 70통을 가지고 갔고 전날 돌지 않는 처음 방문하는 곳을 찾아돌며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팔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의 뒷목덜미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도 아주 힘이 쌘 남자어른이 나를 잡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뒤를 돌아보니 체격이 나의 두 배나 되는 깡패 형들이 나를 골목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이유 없이 수차례를 얻어맞고는 내가 가진 돈과 찹쌀 떡 모두를 빼앗아 갔다. 친구들과 온몸이 쑤시는 고통을 참으며 집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새벽가까이 되었고 그날은 사장님께 가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찾아가 여차여차 사정을 이야기하고 찹쌀 떡 값 모두를 지불하고 그렇게 나의 찹살떡 장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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