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나의 소중한 친구 농구공 하나
10살 때부터 할아버지 식사를 담당하다보니 친구들이랑 학교를 마치고 함께 어울리며 노는 시간이 엇갈려 어느 순간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었고 정말이지 한 순간 세상에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해질 무렵이면 형들이랑 누나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고 나는 그때서야 자유로운 몸으로 밖을 나갈 수가 있었다. 그때는 이미 친구들은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고 나는 그때서야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늘 집에 있던 낡은 농구공 하나를 들고 텅 빈 운동장에 찾아가 한두 시간씩 농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가득한 운동장이었지만 나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이리저리 드리블도 연습하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공간에 혼자서 프로농구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의 박진감 넘치는 멘트를 따라하며 마치 결승골을 던지는 연극을 하며 혼자놀이에 점점 익숙해져만 갔다. 그렇게 매일같이 나와 농구공이 하나가되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게 된 것이다. “캐스트 어웨이” 영화를 보면 주인공 톰행크스는 비행기가 조난이 되어 무인도 섬에서 혼자서 지내게 된다. 그곳에 유일하게 함께한 배구공이 있다. 어느 순간 두려움이 밀려오거나 심심할때는 배구공(윌슨)에게 말을 걸며 외로움을 달래며 구조를 위한 발버둥을 치게 된다. 세상에 아무도 나의 편이 없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마치 우주에 혼자 동떨어져있는 기분은 그때 그 시절 나와같을 것이다. 농구공이 유일하게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때로는 나에게 용기를 넣어주고 어제든지 나와 함께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어쩌면 내가 농구를 잘하기 위해 어둠이 가득한 텅 빈 농구장을 찾은 것이 아니라,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을 애타게 찾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손자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께서 나를 애타게 소리 내어 부르는 할아버지의 음성이 아직까지도 내 귓가에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머물러 있다.
농구공에 보면 여러 줄로 경계선이 나뉘어져있다. 그리고 여러 면적으로 나뉘어진 곳에는 빨간색 가죽 천으로 붙여져 있고 그 면에는 오돌오돌한 면이 있다. 경계선에 손가락을 걸어두고 손목의 스냅으로 골대를 향해서 공을 던지면 아주 가끔씩 들려오는 그물망을 힘차게 스치는 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링을 맞지 않고 골대 망을 그대로 통과 할 때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농구를 해서 그런지 아직도 농구에 대한 기억은 눈으로 보고 느낀 기억보다 소리를 듣고 느끼는 기억이 만이 남아있다.
사춘기 시절 그렇게 외로움을 달래는 나만의 방식으로 농구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 당시 또래친구들의 키를 한 명씩 한 명씩 넘어 설수 있었다. 우리 집 식구 중에 가장 큰 키를 가지게 된 것도 아마도 그 시절 농구를 많이 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농구란 그리고 농구공에는 특별한 감정이 사무쳐있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농구경기를 가끔씩 볼 때면 그때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누가 이기고 있고 누가 지고 있고 누가 잘하고 있는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때 어둠속의 나의 유일한 소중한 나의 친구 농구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