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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2부 장사의 시작 004) 군대 그리고 결단

by 우상권

22살이 되던 5월21일 나는 군입대를 했다. 한일 월드컵 때라 나는 훈련소에서 대한민국을 외쳤고 행군을 할 때면 강원도 시골길 곳곳에 차들이 도로를 달리며 크락션으로 빵빵빵빵빵을 리듬에 맞춰서 눌러댔다. 대한민국이 4강으로 진출하자 그야말로 나라전체가 월드컵 열풍으로 축제분위기일 때 나는 강원도 산골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을 했다. 조금 억울한면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강당에 훈련병전체가 모여서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춘 채 경기를 시청했다. 골이 터질때마다 흥에 이기지 못해 오버액션을 하는 훈련병들 몇몇은 맨뒤에서 업드려 벋쳐한 자세로 경기를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질 듯 한 재미난 추억으로 남게 된 것같다. 그렇게 훈련소를 무사히 잘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고 첫 잠자리를 드는데 나도 모르게 군대입대하기전의 추억이 스물스물 떠오르기 시작했다. 훈련소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빡빡일정에 힘이 들어서인지 과거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지만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고는 앞으로 2년 넘게 지낼 곳이 정해지고 하루하루 규칙적이고 안착된 생활에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졌던 것 같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머리맡에 누우면 온갖 생각들이 나를 찾아왔고 그중 내가장사를 하던 기억도 너무나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피 묻은 사건의 빨간코트입은 고객님도 생각이 났고 에이스 선배가 멋지게 장사를 하는 모습도 생각이 났다. 그리고 사귀던 연인도 생각이 났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집에는 들어왔을까? 혹시 다른 남자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괜한 걱정을 하며 머릿속 생각이 조금씩 복잡해졌다. 그리고 꿈을 꾸면 내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꿈을 아주 자주 꾸게 되었는데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꺽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렸다가 하는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꿈은 진로선택에 대한 갈등을 꿈으로 꾸게 된 것 같다. 그렇다.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대학교를 다시 다닐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고 추억이 너무나 많은 장사를 다시 배우며 일할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고된 하루일과를 마치고 눈을 감으면 사람들로 북적되는 나의 매장이 선명하게 배경화면으로 열리고 그곳에 분주하게 일하는 나를 볼 수가 있었다. 다시 눈을 뜨면 깜깜한 군대 내무실이었고 또다시 눈을 감으면 북적되는 매장이 보였다. 한 동한 그렇게 수개월을 반복하며 힘들게 잠이 들었다. 아주 가끔씩 우리의 삶의 예언이 될 만한 것은 한 번씩 꿈으로 나타나 적중 할 때가 많지 않은가? 나도 지금에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꿈을 나의 진로를 보여주신 것 같다. 일병이 지나 상병이 될 때쯤엔 나의 마음속에는 확실한 미래가 있었다. 더 이상 진로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하지 않았고 군 전역을 하면 내가 가야할 곳은 동성로 시내의 무대라고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 병장이 될 때쯤이면 잠들기 전 장사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었고 눈을 감고 여러 상황을 설정해두고 그에 맞는 고객응대를 상상으로 연습을 했다. 2년6개월이라는 군 시절의 사회공백기간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서 장사의 감을 되찾아야 했다. 그리고 전역하기 전 마지막 휴가를 나가서 맨 처음 찾아간 곳은 나의 세상아버지인 시내 사장님께 찾아갔다. 인사를 정중히 드리고 전역 후 다시 장사를 배우며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님께서는 아들 바라보듯이 믿음의 표정을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전역하는 날부터 일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하루는 목욕탕도 가고 부모님과 식사도 하라고 하셨다. 군 전역 날 부터 일한 것으로 빠짐없이 월급에 셈 할 테니 그렇게 하라고 엄중하게 말씀하셨다. 드디어 군 전역하는 날 군부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위병소 문을 나오는데 또다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비록 나의 주머니에는 집으로 돌아갈 차비만큼의 전역비와 전역증이 전부였다. 비록 나의 재산은 0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지만, 세상모든 것이 새롭고 희망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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