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장사의 시작 012) 나를 키워준 나의 고객님
어느 날 아내와 함께 그날 입고된 물건을 한참 정리 하고 있는데 한 고객님께서 입구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와 눈치를 보면서 “들어가도 되나요?” 라고 물었다. 우리는 당연히 “네 당연하지요~? ” 라고 말하며 고객님을 반겼다. 그 어머니께서는 뒤따라오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고 우리매장에 들어오셨다. 그제 서야 왜 그리 조심스럽게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들어온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였었는데 소화마비가 있는 아이였다. 아내는 그 여자아이에게 인사를 하고는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평소 고객님이 매장에 들어오시면 목례를 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 다인데..그 당시 아내는 그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옷을 차근 차근 보여주고 어머니께 양의를 구하고 탈의실까지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티셔츠나 점퍼는 그냥 입혀도 손쉽게 입을 수가 있지만 바지의 경우 우리매장의 모든 바지가 허리를 잠그는 것이 단추방식이었고 워낙 마른 몸이라 벨트를 차야만 허리에 흘러 내리지 않겠다 싶었는데 벨트를 사용하기에는 몸이 불편한 그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겠다 싶었다. 어머니께 또 한번 양의를 구하고는 수선실로 뛰어가 허리에 단추를 쉽게 걸어 잠글 수 있는 후크로 바꿔달라고 하고 허리 또한 고무밴드를 넣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수선실 사장님은 능숙하게 그 아이만의 맞춤바지를 만들어 주셨고 또다시 나는 바지를 들고 매장으로 뛰어 왔다. 그리고 옷을 보여주며 입고 벗는 방법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해드렸다. 그리고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이는 그때이후로 20살 때까지 옷이 필요 할 때면 우리매장에 들러서 우리매장 옷만 구매하고 입었다. 말 그대로 충성고객이 되어준 것이다. 아내의 진심어린 사랑이 그 아이의 마음속 깊이 전해져서인지 우리매장에 방문 할 때면 웃음꽃이 활짝 펴서 들어왔고 아내와 즐거운 교감을 하고 옷을 구매해 갔다. 늘 따라오던 어머니께서도 늘 아내의 사랑에 감사하셨다. 어느 날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브랜드 소식지에 우리매장을 싣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본사 대표님께 손 글씨로 편지글을 써서 보내신 것이다. 우리의 진심어린 장사에 감동을 받으셔서 본사 대표님께 까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늦둥이로 낳은 딸아이가 몸이 불편한 소아바비의 장애인이라 옷을 사러 가면 늘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누구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서 진작 옷이 필요해서 매장에 가면 상처만 받고 돌아왔는데 우리매장은 예쁜 옷뿐만이 아니라 아이의 행복까지 얻어서 오게 된다는 내용의 편지글이었다. 소식지에 실리고 그것을 보게 된 전국 여러 고객님들께서 옷을 전화로 구매를 해주셨다. 정말이지 이고객님 때문에 우리가 얻게 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이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려고 시도했던 허리라인에 고무 밴딩을 넣어서 해주는 써비스는 벨트를 차는데 불편해하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객이 평소 불편해 하는 것을 해결해드리니 고객님은 디자인을 살펴보지도 않으시고 그것을 여러 벌 사가셨다. 허리라인에 밴드를 넣는 것이 하나당 5,000원씩이나 해서 사실 남는 것이 없었지만 만족해하는 고객님의 웃음을 보면 항상 뿌듯하기만 했다. 어느 날 밴드를 내가 직접 넣어보기로 했고 밴드재료를 서문시장에 가서 물어 물어서 의료재료 상에 가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동네 수선실 보다 더 좋은 밴드재료로 구매해서 수선을 직접 해주었는데 고객님 반응도 좋았다. 바지하나당 밴드수선비가 5,000원씩 나가던 것이 내가 직접 넣으니 1,000원이 채 들지가 않았다. 수선비도 아끼고 바지 매출은 늘어만 갔다.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고객님을 응대하였지만 항상 고객님은 나를 키워주는 부모님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객님들께 배우고 고객님들 덕분에 성장하고 고객님들 덕분에 꿈 넘어 꿈을 계속해서 꿀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