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EP.3
“아 언제 오시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약속장소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것만큼 설레는 시간이다. 크록스 특유의 날렵한 소리가 들린다. 간호조무사님이 오셨다. 바쁘신 모양인지 빠르게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하신다. ”제 어깨에 손 올리세요. 하나 둘 셋! “ 어딘가로 옮겨주셨다. 에어방석에 앉음과 동시에 다리걸이에 양쪽 다리를 올려주고 계신다. 그사이 나는 팔걸이에 자연스레 손을 올렸다. 휠체어에 탄 것이다. 아구몬이 진화하면 이런 기분일까? 싸우면 다 이길 거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순간이다.ㅋ
복대를 차고 지내는 게 익숙해질 때쯤. 간호사 한분이 나와 어머니에게 이전과 다른 스케줄을 설명해 주셨다. 어머니가 휠체어를 밀어주고 계신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나를 본 순간 너나 할 거 없이 양보와 배려를 해주셨다. 아직 세상은 아릅답구나. 재활치료실로 가는 길.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아까의 자신감이 어느새 좌절감으로 변해버린 채 재활 치료실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사 선생님이 살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앞으로 이 장소에서 받을 FES(기능성 전기자극) 치료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설명이 끝난 후 병원복 바지를 걷어주시고 충전기 같은 선이 연결된 패드를 양쪽 허벅지에 붙여주셨다. 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잘 붙었다. 접착력이 대단한 놈일세.
“강도를 서서히 올릴게요. 자극이 온다 싶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라는 말과 동시에 화살표 위쪽 방향키를 누르고 계신다. ‘꽤 많이 누르고 계시는데..’ 생각하는 순간! 느낌이 왔다.
“이대로 30분 동안 치료 할게요. 전기자극이 느껴질 때 같이 힘주면 효과가 더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머니가 앞에 서서 발로 뻥! 차보라는 농담을 하셨다. 그때만큼은 어머니를 있는 힘껏 차보고 싶었다. (아파도 어머니는 기분 좋아하셨겠지?)
치료가 끝났다. 30분이 이렇게 짧았나 싶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자극이 올 때마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뇌에 수시로 입력했다. 여전히 고장 나 있었지만 꾸준히 하면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했다.
“엄마. 조금만 돌아다니다가 올라가자.”
병실에 들어가기 싫어 산책 좀 하자고 떼쓰고 있다.
“지하 1층 가볼까?”
“오 좋아 좋아~“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 늦게 오는지. 마음 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계단으로 내려가고 싶다.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갓난아기가 뭘 할 수 있나.. 내려오다 멈췄다 하는 숫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파리바게트, 바르다김선생, 퀴즈노즈 등등. 간판만 쳐다봐도 심신이 안정됐다. 이름 바꾸고 싶다. B1에서 파라다이스로.ㅋ
익숙한 상호명이 보인다. 아니 이거.. 부자들만 이용하는 편의점 냉장고‘Zone’의 그 하겐다즈 맞나?! 양산형 아이스크림 공장인 줄 알았는데 베라처럼 매장도 있다니.. 진짜 신세계였다. “엄마. 저기 들어가자. “
하겐다즈 매장 안으로 들어온 모자는 음료 위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 올려져 있는 메뉴 중 맛있어 보이는 거 하나씩 골라 주문했다. 단 걸 싫어하는 어머니께서 초콜릿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메뉴를 고르셨다. 어머니 많이 피곤하시죠. 불효자는 웁니다.
같은 메뉴를 골라서 그런가.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가 나왔다. 받자마자 빨대로 휘휘 저어 한 모금 쭉~ 들이켰다. 나는 확신했다. 설탕은 신이 주신 축복이 맞다. 한번 더 힘차게 쭉~ 들이켰다. 간호데스크에 건의하고 싶다.
마약성 진통제 말고 이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