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대학병원 EP.2

by 무명독자

환자들이 가득 찬 6인병실의 분위기는 고요함과 거리가 멀다. 수시로 가래를 빼내며 신음하는 할아버지 한 분, 하루종일 마약성 진통제만 찾아대는 나. 이 둘이 밤 낮 할 거 없이 병실의 소음을 담당하고 있다.


“아까 놔 드렸잖아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마약성 진통제를 더 놔달라는 나의 말에 간호사는 항상 단호했다. 고장 난 말초신경은 긴장이 풀릴 듯하면 노크도 없이 내게 찾아온다. “왜 내 허락도 없이 날 끊어트렸어? 빨리 살려내”라는 말과 함께. 날카로운 칼로 다리를 찌르는듯한 고통의 신경통은 내 멘탈과 인내심을 가차 없이 도려냈다.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 자체가 어디야!

신경들이 다시 건강해지려고 애쓰는 중이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정말 무너질 거 같아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후 보름쯤 지났을까. 내 허리사이즈에 맞는 복대가 왔다. 누워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복대를 차고 지내라는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에 어머니께서 침대를 올리고 계신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속이 매스꺼워졌다. 오래 쪼그려 앉아있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도는 거처럼. ”괜찮아 아들. 하루에 조금씩 올리면서 적응해 나아가자. “ 토닥토닥하시며 위로의 말을 하실 때 어머니의 표정은 걱정이 많아 보였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살면서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제는 나에게 도전과제가 됐다.


“엄마. 오늘은 꼭 90도까지 올려보자. 나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표정도 보지 말고! 그냥 쭉~올려!”

복대를 차야지 휠체어를 탈 수 있다는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며칠 전과 달리 나의 각오는 남다르다. 120도까지 올린 상태에서 복대를 채우고 다시 올라간다. 여전히 어지럽지만 심호흡하며 버텨낸다. 올렸다 멈췄다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반듯한 자세로 앉아있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행복 별 거 없다~ 앉아 있는데도 어지럽지 않다니! 간이침대에 앉아계신 어머니께서 침대 발밑에 있는 상을 올려 주시더니 팔 올리고 편안히 앉아 있으라는 말을 해주신다. 흰머리가 좀 많으시네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미음도 먹기 시작했다. 살면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다. 맛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까. 흰색맛. 그래. 그냥 흰색깔의 맛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그나저나 나 이제 휠체어 탈 수 있는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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