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대학병원 EP.4

by 무명독자

해가 뜨기까지 한참 모자란 시간. 어머니가 주무시는 걸 확인한 후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있다. 들숨에 눈을 감고 날숨에 눈을 뜬다. 내면 깊은 곳에서 처절하게 애원하고 있다. (제발..)

온 신경을 다리에 집중하고 있다. 3번째 날숨에 힘을 준다. 여전하다. 두꺼운 이불 5겹 정도가 다리 위에 있는 것 같다. 다시 눈을 감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꿈에서라도 걷게 해 주세요.”

냉정했다. 벤조디아제핀은 꿈도 모자랐는지 내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형형색색의 알약들과 함께 시작한다. 색깔만 보면 파워레인저가 따로 없다.ㅋ 양치를 하고 있는 사이, 어머니께서 작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오셨다. 혼자 휠체어 타기에는 아직 위험하다. 그렇다고 어머니께 맡기기엔 더더욱 위험하다. 무섭기도 하다. 욕심부리다가 낙상이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샤워를 할 수 없어 어머니께서 물티슈로 몸을 닦아주고 계신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아 맞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시체를 닦아주는 장면. 잠시나마 시체가 되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암울했다.


“오늘은 우리 일어서볼까요?”

아직도 기억난다. 운동치료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다.

휠체어에서 틸팅테이블이라는 기구에 옮겨져 누웠다. 선생님께서 큰 찍찍이로 몸을 고정시켜 주셨다. 발 받침대에 발을 가지런히 놓아주시고 말씀하셨다. “어지러우면 말씀하세요.” 버튼을 누르자 차렷자세로 누워있는 몸이 서서히 세워졌다. 어머니의 표정이 보인다. 그날따라 유독 눈물빛이 밝았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나를 귀엽게 보셨는지 선생님께서 이번엔 창문을 바라보고 서보자고 말씀하셨다. (아니.. 저 심장 터져요 선생님ㅠ) 다시 휠체어로 옮겨진 나를 기립기라는 기구 앞으로 데리고 가셨다. 벨트를 엉덩이에 고정시킨 후 버튼을 누르고 계신다. 창문 밖의 풍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내가 서 있는데 발에는 아무 감각이 없다. 공중부양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기 걸어 다니는 사람들처럼 저도 반드시 다시 걸을 거예요.!” 선생님께 나의 꿈을 당당하게 말했다. 꿈을 말로 내뱉으니 진짜 이루어질 거 같은 느낌이었다.


"욕창 걸리지 않게 체위를 자주 변경해 주세요. “

간호사 회진 때마다 항상 듣는 얘기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욕창’이라는 병에 걸리기 싫어 2시간마다 체위를 변경해 줬다. (혼자 옆으로 눕지 못해 어머니가 도와주신 건 안 비밀..) 매번 느끼지만 살면서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됐을 때 오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행동에 제약이 생길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계속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다행히도 우울감에 빠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다시 멘탈 꽉 잡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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