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EP.5
“이건 카테터 라고 하는 거고, 이건 윤활젤리.. “
회진 때 말씀하신 게 이거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듣고 있다. CIC(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ion) 청결간헐도뇨. 즉 스스로 소변을 배출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드디어 유치도뇨관을 제거하고 스스로 소변을 눌 수 있는 건가?! 휠체어로 트렌스퍼(이동) 할 때 소변주머니가 항상 걸리적거렸는데 시기적절하게 배우고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두배로 좋았다. 안타깝게도 소변이 마렵다는 감각마저 고장이 나서 아랫배를 살짝 눌러주면서 소변양을 체크해주고 있다. 약간 팽창된 느낌이 들어 CIC를 혼자 해보겠다 했다.
“혼자 하시는 건 처음이니까 제가 옆에서 지켜볼게요.”
우리 막둥이 나이랑 비슷해 보이는 여자 간호사 앞에서
엉덩이를 양쪽으로 움직이며 바지를 벗고 있다. 수치심을 느끼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미 날 놨다.
먼저 멸균장갑을 끼고 카테터(1회용 소변줄)에 윤활젤리를 골고루 발라준다. 그다음 요도에 천천히 집어넣는다. 카테터를 타고 흐르는 소변을 지켜보고 있다.
좀.. 징그러워서 그런가? 감각이 없는대도 불구하고 따가운 느낌이 나는 것 만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오 아파! 못 해 먹겠다. 저 좌변기에 서서 쉬아좀 하고 올게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힘든 일들이 지나간 후에 긍정적인 일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소변을 스스로 배출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내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대학병원의 입원기간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길어야 한 달이라도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퇴원 날짜를 정하고 어머니와 어느 재활병원으로 갈지 고민을 하고 있다. 회진 오시는 간호사 한 분 한 분께 추천을 받고 있다. “엄마 여기가 그래도 깨끗하고 나 같은 환자도 많이 가는 거 같은데? “
“그래? 엄마는 아들 의사에 따를게. 그리고 재활병원에 입원하면 아빠가 간병해 주실 거야. “
마음속으로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대답으로 고민이 해결됐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님은 내 옆에서 마냥 간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머니가 옆에서 간호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쌩판 모르는 간병인한테 믿고 맡기기엔 좀 꺼림칙한 건 사실이다. 아버지가 간병을 해 주신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안심됐다.
“아들 자기 전에 기저귀 한번 보자.”
어머니께서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 찍찍이를 풀고 계신다. 다 큰 아들의 대변을 확인하는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옆으로 누워서 힘줘 볼래?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부자 되기 VS 대변감각 회복되기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