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 EP.1
21년 5월 석가탄신일 다음날의 나는, 잃어버린 삶의 느낌표를 되찾기 위한 각오가 남다르다. 릴레이 간병 계주의 바통을 이어받으신 아버지가 출입문을 열어주고 계신다. 부자가 처음 맡아보는 재활병원의 공기 안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적절하게 섞여있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니 환우분들이 내 옆을 지나 재활치료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놓고 보면 실례일 수 있으니 힐끔힐끔 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나랑 비슷한 나이일 거 같은데 어디 다쳐서 온 걸까?
저 사람도 신경계 환자인가?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환자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밖에서는 거의 못 봤던 거 같은데. 평생 볼 휠체어 환자들을 여기서 다 본 거 같았다.
멀리서 흰색 가운을 입고 계신 분이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하며 오고 있다. 앞으로 담당 주치의선생님이 되실 분께서 자기소개와 함께 치료계획과 병원규칙을 설명해 주셨다. 아직 치료를 받아보지 않은 상태지만,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선한 인상을 보니 여기 병원으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 병원 내에서 운영하는 카페도 있습니다. 혹시 커피 좋아하시나요?”
“카페도 있어요?! 그럼 거기에 크로플도 파나요?”
“어.. 디저트 몇 가지 팔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간단한 스몰토크로 마무리하려는 주치의선생님께서 적잖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야. 놀러 왔냐?”
나 같으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 같다.ㅋ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신기해하고 있다.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빨려 들어온 거 같았다. 치료실 안의 모든 풍경들이 잠시 잊고 있었던 생명의 고귀함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어르신께서 재활선생님 어깨에 손을 올려 의지한 채 한걸음 한걸음 걸으시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나도 저렇게라도 걷고 싶다..
“안녕하세요~”
재활선생님 한분이 클립보드를 들고 내 옆에 앉으셨다.
클립보드에 끼워져 있는 검사지에 체크를 하며 질문을 하고 계신다. 내용이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면 창피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구죠?
문재인 대통령이요.
여기가 어디죠?
재활병원이요.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 거 같았다.
여기 재활병원 몇 층인가요?
1층이요.. “
안 되겠다 싶어 정중히 말씀드렸다.
저.. 머리는 안 다쳤습니다.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신경계 환자입니다.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아서 다행히 인지는 멀쩡합니다.
아.. 그게 아니라요.. 환자분들 오시면 다 이렇게 질문합니다.
맞은편에 치료를 하고 계신 선생님께서 마스크 안으로 웃고 계신 게 눈에 보였다. 질문하시던 선생님도 분명 웃고 계셨을 게 뻔하다. 우리 막둥이 또래인 거 같은데.. 아이고 창피해라.ㅠㅠ
병실을 배정받고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 어머니가 식사하셨던 자세 그대로 아버지도 간이침대에서 불편한 자세로 식사를 하고 계신다. 내 앞날의 걱정보다, 당장 아버지가 저기서 주무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붙여드릴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재활선생님께서 시간표를 붙이고 가셨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 같은데. 역시 이런 허드렛일은 막내가 하는 건가 생각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병원생활은 곧 회사생활과 같다. 간호사와 같이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직업이라 조직체계도 엄할 것이다. 막내연차의 선생님이 내 담당치료사가 되면 커피 한 잔 사드려야겠다.
그나저나. 카페에 크로플은 안 파네..ㅠㅠㅋ